[데스크 칼럼] 헬렌 켈러와 박근혜 대통령
[데스크 칼럼] 헬렌 켈러와 박근혜 대통령
  • 신아일보
  • 승인 2017.0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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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편집팀장

 
올해 여덟 살이 되는 아들 녀석이 지난달 학습지교사와 나눈 이야기다.

학습지 교재에서 헬렌 켈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단다. 선생님이 헬렌 켈러에 대해 얘기해 주자 갑자기 아들 녀석이 “헬렌 켈러는 참 대단한 사람인거 같아요.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왜 자기 친구 최순실만을 위해 살았을까요?”라며 되물었단다.

순간 너무 당황한 선생님은 서둘러 대답한 뒤 엄마를 모셔오라고 했다. 주방에서 설거지 하다가 불려갔더니 볼이 불그스레 상기된 선생님이 아들이 했던 말을 전해주면서 말했다.

“어머니, 일곱 살이면 아직 애기인데 벌써 정권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참 부끄러워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네요. 어른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가 다 부끄럽더라구요.”

순간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 역시 부끄러워졌다. 현 시국에 대해 감출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기에 함께 뉴스를 보고 아이가 궁금해 하는 점은 늘 말해주곤 했었는데 역사 속 인물과 비교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선생님이 가시고 아이와 앉아 교재를 살펴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들, 헬렌 켈러에 대해 배웠어? 근데 왜 거기서 대통령 생각이 났어?”

그러자 아들은 “엄마, 헬렌 켈러는 앞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장애를 가졌대. 근데 죽을 때까지 남을 위해 봉사하다가 죽었대. 그 말을 들으니까 자기 친구밖에 안 챙기는 대통령이 너무 미웠어”라고 말한다.

아뿔싸, 내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 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덜컥 겁이 났다.

18대 대통령이 병신년에 저지른 국정농단으로 모든 국민이 울고 아파하고 슬퍼했던 이 사실 역시 언젠가는 역사의 한 획이 될 거라 생각했기에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도 안간 어린 아이에게 괜한 큰 짐을 지워준 거 같아 미안해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된 지 2~3주째 무렵이었을 거다. 광고도 없이 한면 전체를 촛불 들고 있는 사진으로 메우고 가운데에는 ‘아직도 안들리십니까?’라는 제목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다소 파격적인 편집을 한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곧 그 자리를 내려놓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탄핵안이 가결 되고, 특검에 헌재까지 온 나라가 시끌벅적해진 가운데에도 그 자리를 지키겠다며 아직도 고집을 피우고 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마저도 최순실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같은 어른으로써 마음이 아플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멍투성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아팠고, AI로 또 아팠으며, 실업자, 물가비상, 독감 등 수많은 악재들로 이중고, 삼중고 아닌 다중고(多重苦)를 겪고 있다.

새해에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이 죗값을 치르고 국정혼란이 속히 치유돼 건강한 나라가 돼야 할 것이다.

여덟 살 아이에게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냐고 물었더니 헬렌 켈러처럼 자신보다 남을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단다. 우리에게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주길 바라본다. 

/고아라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