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항룡유회와 잠룡물용
[데스크 칼럼] 항룡유회와 잠룡물용
  • 신아일보
  • 승인 2017.01.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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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 경제부장
 

2017년 정유년(丁酉年) 첫날부터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됐다. 그녀가 한국으로 압송돼 오면 가뜩이나 탄핵심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는 더욱 곤궁해질 듯하다.

‘선거불패’를 자랑하던 박근혜는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주역(周易)> 건괘(乾卦) 맨 위에 있는 육효의 효사(爻辭)로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즉 지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가 겸손하지 않고 물러날 줄을 모르면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의미다.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1731년 강직한 신하 이덕수가 왕에게 이런 직언을 했다.

“주역 64괘의 모든 괘에는 여섯 효에 길함과 흉함이 섞여 있는데, 오로지 겸괘(謙卦)만은 모두 길하여 흉함이 없습니다. 이를 보면 겸손함으로써 하늘과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임금은 신하와 백성의 위에 처하니 겸손함에 힘쓸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완전한 사람인 척하고 스스로 자랑하여 신하들을 깔보며 신하들에게 마음을 비워 도움을 청하는 일을 즐겨하지 않는다면, 잘못이 점점 분명해져서 끝내는 반드시 ‘높이 올라간 용이니 후회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주역의 경고처럼 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은 오만함이고 마땅히 힘써야 할 것은 겸손함이다.

실록에는 “임금이 수긍하고 받아들였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주역에서 각 괘의 맨 밑에 있는 효는 지위가 가장 낮다든지 일을 처음 시작한다는 뜻인 반면 맨 위 육효는 극도에까지 미친 것을 말한다.

항룡유회와 반대로 건괘의 맨 밑은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잠룡은 물속에 깊이 잠겨 가만히 있는 용이다. 용의 덕을 가졌지만 아직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지도자, 혹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선비의 이미지다.

정치판에서는 잠재적 대선주자를 잠룡이라 부른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진 요즘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철수, 안희정, 김부겸, 박원순,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손학규, 오세훈 등이 자천타천으로 잠룡으로 거론된다.

이들 중 현재의 지지율에 도취돼 겸손할 줄 모르는 이가 있다면 후회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윤광원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