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옥철’ 9호선, 올해도 오명 못 벗나
[기자수첩] ‘지옥철’ 9호선, 올해도 오명 못 벗나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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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주시기 바랍니다.”

이 소리를 들은 출퇴근길의 ‘전사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돈다.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면 늦는다.

“그만 좀 타라”, “조금만 들어갈게요” 다급한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신체의 안전선은 노란선 밖이지만 삶의 안전선은 전철 속이다.

매일 출퇴근할 때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이런 상황에 극히 공감할 것이다.

빼곡하게 사람들이 들어서 발 디딜 틈 없는 출퇴근 지하철을 일컫는 말인 ‘지옥철’. 이 지옥철로 악명 높은 9호선이 올해에도 그 오명을 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9호선으로 추가 투입 예정이었던 열차 54량의 점검·시험 운전 과정이 길어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9일 밝혔다.

당초 2015년 시는 9호선의 혼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해까지 열차 70량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16량을 투입한 것을 빼곤 진척이 없다.

시는 9호선 혼잡도가 열차 추가 투입 후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평균 233%를 기록하던 급행열차 혼잡도는 183%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혼잡도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혼잡도 100%는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객실 하나에 160명이 탔을 때가 기준이다.

180%대면 290명 정도가 한 객실에 탄 것이어서 열차가 급정·발차할 경우 승객이 넘어져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오히려 아직까지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이미 시는 지난 수년 간 지하철 부문에서 ‘안전불감증’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시는 올해까지 약속한 열차 증설 계획을 지켜 안전 문제를 해소하고 시민들의 불편함을 덜어줘야 한다.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