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한령' 사실상 시인… 사드 '치킨게임' 우려
中, '한한령' 사실상 시인… 사드 '치킨게임' 우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1.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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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부장, 민주당 면담서 "사드배치 가속화 말라"
정부 내놓을 '대응카드 수위' 한중 관계 관건될듯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놓고 한국과 중국이 새해부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의 조치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등 노골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에 마땅한 '외교적 대응' 조치를 내놓지 못하던 우리 정부도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금한령(禁韓令)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 단체 관광객 규제를 염두에 둔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 공식, 비공식 보복조치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이때까지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사드 보복'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한류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재는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보복 조치가 시행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 4일 베이징 외교부 감람청에서 송영길 의원(왼쪽) 등 민주당 의원 7명을 만나 사드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중단은 이 자리에서 "한류 제한령이나 전세기 운항 불허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 가속화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 국면 전환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우리의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는, "중국 국민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정책을 쓸 수 없다"며 "중국 국민들이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인사가 '한한령'의 실체를 확인하고, 사드 배치와 관련된 조치임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도 정면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대응방안과 관련 "이미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내에서 필요한 검토를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이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도와 성격 분석을 해야 할 것이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측의 압박에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당장 외교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이미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비해 제한적 수준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담은 리스트를 완비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5일 '2017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사드배치 결정 이후 불거지는 무역보복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자부 정만기 1차관은 이날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빠진 경위를 묻는 질문에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협력과 대화를 계속하겠다. 문제가 있을 때는 대응하도록 국제분쟁해결 절차를 보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 측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로 중국의 특정 대상을 표적으로 하는 비자발급 제한 조치와 한중간 교류프로그램 중단 등 극히 제한적인 방법 외에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다 한중간 여러 교류프로그램 가운데 그동안 중국 측에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았던 프로그램 중단 등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최근 한중이 복잡한 수싸움을 이어가는 데서 보듯 적어도 당분간 양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한중 간 외교채널이 '비정상적'인 상황인만큼 우리 정부가 내놓을 대응카드의 수위는 앞으로의 한중관계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