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수저계급론
[데스크 칼럼] 수저계급론
  • 신아일보
  • 승인 2017.01.04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학 사회부 부국장

 
“능력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으로 검찰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가 SNS에 올린 말로,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라는 몰염치·무개념의 발언이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인간과 사회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자조적인 표현인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이 계급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데, 금수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으로 좋은 가정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금수저와 상반된 개념이다.

‘돈도 실력’이란 말이 당연한 것처럼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부의 세습이 만연한 탓으로 노력이 핏줄을 넘어설 수 없는 닫힌 사회라는 방증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자수성가의 신화가 사라지면서 사회가 역동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 따르면 노력을 통해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 중 2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4년 60.1%였던 것에서 급락한 수치다.

특히 가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30~40대의 경우 10명 중 7명이 계층 상승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적이다.

자녀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국민 중 절반이 넘는 50.5%가 비관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1999년 기준 11.1%에 불과했던 수치가 17년 만에 4.5배 늘었다.

자녀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31%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계층 고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생각은 국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볼수 있다.

개인 능력보다 ‘간판’이 우선되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큰 영향을 미치는 풍조는 젊은이들에게 희망 대신 절망만 안겨줄 뿐이다.

방향 없는 분노는 우리 사회 전체를 삼키게 될 것이다, 절망이 아닌 꿈을 꿀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에스모글루와 로빈슨 교수의 말로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이란, 결국 힘 있는 자가 착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선 안 된다.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각종 제도의 개혁만이 우리나라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꿈과 믿음은 사회의 존립 근거다. 꿈을 꿀만한 작은 단초라도 없는 세상은 붕괴한 사회로 꿈이 없는 국가는 모래성에 불과한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가난한 부모의 자녀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김종학 사회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