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맥 빠진 출판업계에 선 긋는 문체부
[기자수첩] 맥 빠진 출판업계에 선 긋는 문체부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1.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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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2일 대형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를 내면서 정초부터 출판업계는 맥이 빠져버렸다.

도매업체의 부도인 만큼 일반 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은 출판사와 서점들은 연쇄 부도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음으로 결제가 이뤄지다 보니 이번 사태로 타격이 커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각 지역의 동네서점 등 소매상에게 책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도매상은 통상 출판사에게 책을 위탁받은 뒤 소매서점에서 팔린 만큼 대금을 받는다.

이 때 서점들은 도매상에 어음으로 미리 결제를 하곤 한다. 책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도매상 입장에서도 현금이 당장 안 들어왔어도 납품한 책에 대한 일종의 보증은 받아야 하니 어음을 끊어주게 된다.

이 같은 유통 시스템은 IMF 외환위기 때부터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개선은 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문제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학교·관공서 납품 문제와 온라인서점의 공세, 대형 도매상들의 과당경쟁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개별 기업 부도에 대한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이번 사태에 선을 그었다.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출판사들의 연쇄 부도라는 위기 앞에서 일단 선부터 긋고 나서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정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지 않았는가.

한편으론 정부와 주무부처의 리더가 정작 손길이 미쳐야 할 곳은 외면한 채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으니 이런 사태까지 도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 빠진 출판계에 대한 구조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