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특집] 한국 화장품 산업 '위기가 기회다'
[2017 신년특집] 한국 화장품 산업 '위기가 기회다'
  • 문정원 기자
  • 승인 2017.01.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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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한중관계 경색 '화장품 산업 위기 우려'
포스트 차이나 시대 준비하는 토종기업 해외진출 활발

▲ 한국의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모습.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국내 화장품 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입화장품에 대한 규제 강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비공식적 규제 등이 현실화 되면서 업계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가격'의 한국산 제품이 중화권을 벗어나 유럽과 미국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 국내 토종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개척이란 측면에서 사드사태가 한국 화장품 산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는 2017년 새해를 맞아 사드배치가 국내 화장품산업의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시대를 준비하며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는 토종 화장품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드 한반도 배치, 영향은 있지만 충격파 미비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국내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고고도미사일 사드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직후인 7~8월까지 대중국 국내 화장품 수출에는 큰 변화가 감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던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지난해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1억1045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2012년 9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의 각종 보복성 경제조치의 여파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수입 화장품 위생허가에 대한 기준 변경으로 인해 위생허가 절차가 전면 중지된 영향이 크다. 정치적 이슈로 발발된 규제 여파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KTB투자증권 김영옥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에 대한 간접적 제제(따이공 규제, 통관절차 강화 등)에 따라 센티멘트가 약화되고, 출입국 관광객수 감소에 따른 inbound 시장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며 "하지만 화장품은 브랜드를 판매하는 재화이며, 여기에 내재된 K-Beauty 경쟁력은 사드라는 정치적 이슈에 의해 단숨에 바뀔 기호현상은 아니라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차이나 시대 대비 나서는 토종 기업들
대중국 화장품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업계가 최근 중국을 벗어나 전세계를 무대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화장품 강국 미국, 유럽은 물론 아직 빗장이 확실하게 거치지 않은 거대 중동 할랄시장까지 진출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합리적 가격과 제품력 '유럽시장 노크'
합리적 가격과 프리미엄 제품력을 앞세우고 있는 한국의 화장품이 유럽시장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화장품 원브랜드숍 토니모리는 지난해 세포라 유럽 전역 론칭에 성공했다. 토니모리의 세포라 유럽 전역 진출은 한국 브랜드 최초 사례다.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폴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총 14개국 825개의 세포라 매장에 입점해 추가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 유럽 세포라에 진출한 토니모리.(사진제공 : 토니모리)

스킨푸드도 세포라 유럽 17개국 700여개 매장 입점 확정에 이어 오는 2월 드럭스토어 부츠(Boots)의 영국 220여 개 매장에 입점한다.

한편 러시아의 지난해 1분기 수입 화장품 국가 10위권에 한국이 포함될 정도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화장품 강국 미국에서도 통한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프리미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미국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지난 2010년 이후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의 빌리프는 미국 전역 79개 세포라 매장에 입점했다.

원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2년에 미국 진출에 나서 최근까지 미국 4대 쇼핑몰에 입점했으며 현재 17개의 단독 매장을 운영 중이다.

투쿨포스쿨은 미국 세포라 60개 매장, 캐나다 세포라 58개 매장에 추가 입점하며 글로벌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고,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단독 매장인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 미국 뉴욕 세포라 매장에서 아모레퍼시픽 쿠션을 고르고 있는 고객의 모습.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쿠션' 은 지난해 11월 국내외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 지난 2008년 3월 출시된‘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멀티 ?메이크업 제품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15개 브랜드를 통해 세분화된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쿠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ODM 전문 기업 한국콜마는 미국에 이어 캐나다 화장품 시장까지 진출,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북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11월 30일 캐나다 소재 화장품 OEM·ODM 회사인 CSR Cosmetic Solutions Inc(구 캐나다콜마)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한국콜마는 CSR(구 캐나다콜마) 인수를 토대로 북미와 남미 화장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2018년까지 화장품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100조원 할랄화장품 '중동시장을 뚫어라'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중동 화장품 시장에 관심이 높다. 6년만에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각종 경제 제제가 풀리고, 할랄 화장품 시장 규모가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토니모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단독 매장 2호점을 오픈했다. 토니모리 사우디아라비아 1호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상업 도시이자 제 2 도시인 제다(Jeddah)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안-안달루스 몰(Al-Andalus Mall)에 입점한데 이어 리야드 지역의 신규 대형 쇼핑몰에 사우디아라비아 2호점을 연이어 오픈했다. 향후 2018년까지 쿠웨이트 등 GCC 국가에 총 50개의 매장 오픈을 목표로 중동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닥터자르트는 최근 ‘세포라’ 중동 5개국, 16개 매장에 입점을 완료했다.

화장품 ODM 전문기업 코스맥스 자회사인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지난해 3월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Majelis Ulama Indonesia)' 로부터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락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식품, 의약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화권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향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증가 하고 있다"며 "포스트 차이나를 찾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해외시장 진출 사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정원 기자 garden_b@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