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인터뷰] 정의화 전 국회의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1.0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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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민 뜻 받아들여야… 87년 체제 수명 다 해”

 
“19대 대통령, 친근감 있었으면… 정치인 모두 책임 느껴야”
“상식적인 대선 후보 나오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해나갈 것”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국면에서, 게다가 처음과는 다른 국민의 70% 이상이 동의하는 사항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게 헌법 제1조다. 즉,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 것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고 그 대표기관이 그만큼의 동의를 했다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야한다."

19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의화 새한국의비전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국회는 떠나도 정치는 떠나지 않는다”던 그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매우 바빠 보였다. 그런 그에게 국정 해법, 제3지대론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탄핵 인용해야… 새누리는 ‘박근혜 사당’

정 전 의장은 현재의 탄핵국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한번도 아닌 두 번이나 탄핵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 등 급속도로 성장 해왔다”며 “이 때문에 성숙도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과 일련의 이벤트를 통해 성숙도를 높여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반드시 인용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많은 국민이 원하고 국회가 통과시킨 탄핵안을 헌재에서 기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재는 반드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2번의 거부권을 행사하셨다”며 “당시 아주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6월25일 국회 상시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지난해 5월27일 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임기가 사실상 끝나 본회의를 열 수 없게 돼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의 임기와 함께 폐기됐다.

이를 두고 정 전 의장은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고유의 권한이지만 국회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삼권 분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의 거부권을 두고 19대 국회 종료 이틀 전 기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재의결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을 썼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그는 “또한 당시 대통령은 비상사태가 아니었음에도 새누리당과 강하게 밀어붙여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직권상정했었다”며 “직권 상정은 법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는데 당시의 상황은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사당’이 됐다”며 “이 때문에 결국 현재와 같은 분열사태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명 다 한 '87년 체제'… 개헌 불가피

국회의장직에 있을 때도 수없이 주장했던 개헌. 그는 여전히 개헌을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끊임없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치다"며 "'87년 체제'는 이제 수명을 다했으니 개헌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권력구조를 이원집정부제로 바꿔야 한다”며 “의원내각제로 가는 건 상당히 이른면이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되,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양당제 보다는 다당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의 국회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금까지의 대립구도를 해결하고 정쟁이 아닌 협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개헌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과 총선을 같이 했으면 한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러한 각오로 개헌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분열인데, 통합을 위해서는 선거구제를 바꿔야한다”면서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권역별비례대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싸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과 소통이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87년 헌법은 급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지방분권, 교육, 문화 등 세세한 부분이 아주 빈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시대에 맞게 반드시 바꿔야한다”고 피력했다.

◇ 제3지대… ‘비패권 정상지대’ 목표

"국회는 떠나도, 정치는 떠나지 않는다." 정 전 의장은 이 말을 남기고 지난 20년간 몸 담았던 국회를 떠나 현재 제3지대를 그리고 있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의장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당적을 회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당시 국회의장 선출과 동시에 새누리당을 탈당한게 아니라 당적을 이탈했고 국회의장 임기가 만료되면 당적을 이탈할 당시의 소속정당인 새누리당으로 자동적으로 당적이 복원돼야했다.

그러나 그는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정 전 의장은 “마침내 가짜 보수가 사라지고 진짜 보수가 제 자리를 잡을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 바로 극단의 패거리 정치와 결별하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활을 제대로 책임질 주도세력과 정치질서를 만들어나갈 시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당이 보수의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하지만 사실 이념은 지금 이 시대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진보, 보수를 떠나 다 함께 국민의 삶과 개인의 성찰을 높여가는 초월한 이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여러 사람을 만났다”며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에 동의를 했고 김종인 전 대표도 여러 뜻에서 3년 이내에 양극단을 제외한 집단을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아직까지 패권적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도 1월까지는 손 고문이나 안 전 대표와 같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김종인, 손학규, 안철수 등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을 설득해 제3지대에서 깃발을 들어 올리려고 한다”며 “여야의 양 극단세력을 제외한 ‘비패권 정상지대’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의장 퇴임과 함께 밝혔던 자신의 정치적 구상이던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빅 텐트론’을 최근 정국과 맞물려 ‘제3지대’로 구체화한 듯한 분위기다.

다만 그는 “4년 중임제로 가야 한다는 사람과는 연대를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 상식적이고 소통하는 리더 필요

그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 UN 사무총장이 됐다는 것은 그 분이 얼마나 능력이나 인격적으로 훌륭함을 인정받은것이겠느냐”며 “오죽하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를 대통령으로 모셔야 한다고 하겠나. 잘 다듬어지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의장은 “지난 30년간 여섯 번의 대통령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100% 실패했다”며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가 ‘심기일전’해야 할 상황에 이미 도달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가 정당 거수기 역할을 아무런 의문 없이 자임해 왔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19대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친근감을 느끼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소박하고 소탈한 대통령. 특별한 리더십보다는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대통령이 절실하다”며 “겸손한 자세로 소통적 자세로 귀 기울여 듣고 좋은건 따라서 끌고갈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인들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대선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혼자서라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를 계속한다는 건 내가 대통령이 된다거나, 혹은 자리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며 “욕심이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담: 양규현 편집국장
정리: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사진: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