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 시대를 여는 헌재의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새 시대를 여는 헌재의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1.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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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건설부동산부장

 
광풍(狂風)과도 같은 병신년 한해가 그렇게 지나갔다.

새해를 맞으며 품을법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온데간데없고, 공허하고 허탈한 패배감만이 무거운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수많은 경험으로부터 농축·정제된 흔들림 없는 철학으로 무장한 위정자의 부재를 절감하면서, 여전히 남은 불신과 반목, 보편적 이성에 대한 회의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우리 모두에게 숙제로 남긴 채 2016년 한해는 그렇게 역사의 페이지 속으로 사라졌다.

일찍이 공자는 인간을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生而知之 者)과 배워서 아는 사람(學而知之 者), 고난을 통해 배우는 사람(困而學之 者), 곤란을 겪고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困而不學 者)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학이지지자와 곤이학지자가 되려는 노력을 할 것이고,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상적 인간상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곤이불학자의 길을 걷는다면 이는 개인으로도 사회로도 불행한 일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러한 사람이 사회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커다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비이성의 시대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일 수 있다. 배워서 깨우치고, 고난을 통해 몸에 익혔다면 결코 마주할 필요가 없는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재소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탄핵심판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사회적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었던 국정농단사건을 신속히 정리해 국민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법치주의를 공고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헌재의 판단이 시대적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적 해석을 내려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70%이상의 국민이 탄핵 인용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심판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탄핵심판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가 보편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곤이불학자들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새해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정립시키는 원년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독일사회가 90세가 넘은 나치 전범을 법정에 세우는데 한 치의 주저함이 없는 것은 과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물론, 부정한 세력에 줄을 대며 긴 세월 호가호위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했던 정계와 재계, 사회 지도층 곳곳에 포진한 기득권자들에 대한 명확하고 단호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현재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러한 사태를 야기하거나 방조 혹은 묵인한 자들의 오만한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떠넘기며 마지막까지도 비열한 수명 연장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으며 친구의 아우인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읍참마속(泣斬馬謖). 형제와 같은 친구 아우의 목을 벨 수 있을 만큼 우리사회는 정의로워야 한다. 하물며 시정잡배만도 못한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가 있겠는가.

여명을 가르는 힘찬 닭의 울음처럼 새 시대를 여는 헌재의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 

/이영민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