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인터뷰]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1.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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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서비스산업 중심 경제구조 재편해야”

▲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대외변수 산적… 경제성장률 2.4% 벗어나지 않을 듯”
“경제와 안보문제는 다른 차원… 분리해서 접근해야”

“내부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제조업 중심의 수출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혼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압박 등 국내외적으로 경제압박 요인이 산적해있어 2017년 경제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해결책으로 이같이 밝혔다.

현 원장은 최근 신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차질없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 중심 구조개편·구조조정 통한 경제 체질 개선

현 원장은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한국경제 역시 더이상 제조업·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기엔 어렵게 됐다”며 “산업 기반 자체를 지식경제서비스 쪽으로 옮겨가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전반적인 제도나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매년 10%에 가까운 수출 증가율을 발판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이젠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조차 내수를 강조하면서 60% 수준이던 대외무역 비중을 37%로 줄이는 등 경제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해운·조선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수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상돼왔지만 한국은 이를 외면해왔다.

현 원장은 “일부 제조업의 과잉설비와 생산성 저하가 한국경제 저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 업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현 원장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강화해 생산력을 높여야하고, 이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은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고용창출력이 뛰어나 성장과 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규제에 묶여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서비스 무역 확대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그 핵심은 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적인 경제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구조조정은 단순히 인력감축에 국한되서는 안 된다”며 “기업 M&A를 통한 구조조정도 반드시 병행돼야한다”고 했다.

이어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기업 M&A 시장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제도의 완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美 금리인상·자금유출 압력 등 대외 변수 산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14일 1년 만에 0.25%인상하면서 미국기준금리가 0.50~0.75%로 결정했다. 또 내년에도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급등했고 2017년 상반기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지속되는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금유출 압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현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는 세계경제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에겐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은 다른 신흥국에 반드시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2017년 한국 경제가 2.3%를 달성하느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수출기업들은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 원장은 “KDI는 최근 2017년 경제 성장률을 2.4%로 전망했었다”며 “현재 상황에서 이보다 더 떨어지거나 혹은 상승하는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화가치 절하는 우리 경제에 좋고 절상은 나쁘다는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절상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내수와 물가에는 절상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대외변수는 이 뿐만이 아니다. 당장 3월부터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된다.

이와 관련 현 원장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보면 알 수 있듯, 세계경제는 무역정체와 고립주의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브렉시트는 그동안 누적된 모순으로 세계경제에 고립주의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은 올해 더 커진다”며 “프랑스는 5월 대선, 독일은 9월 총선인데 EU 쪽 핵심인 독일, 프랑스가 선거를 앞두고 진지하게 기본입장을 정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대해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에 기초한 기존 무역정책이 그대로 진행될 지 지켜봐야 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움직임을 보였던 고립주의가 트럼프 취임 이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 원장은 “미국은 우선 당장은 중국을 겨냥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현 원장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드러냈다.

현 원장은 “2016년이 생산가능인구 최고점이었고 2017년부터는 줄어들게 된다”며 “이 부분에 대한 대응방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이행도 한국경제 위협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방안을 확정해 파리 총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현 원장의 설명이다.

 
-수출 의존도 높은 韓, 실리외교 추구해야

현 원장은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한미 FTA 관련 문제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한·미 FTA의 경우, 이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미국을 설득해야한다는 게 현 원장의 생각이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논의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와 안보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와 경제를 묶어서 보는 이들이 많은데 그 둘을 분명 분리해야 한다”며 “한국의 자본 투자와 핵심 부품 공급이 중국 경제·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을 근거로 경제협력을 이어가야한다”고 설명했다.

현 원장은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한국 및 중국 등 16개 나라가 속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기존 틀 안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사령탑 부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렇게 생각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정 상황에서 대외정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정치 혼란과 상관없이 국가적 경제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담: 양규현 편집국장
정리: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사진: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