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촛불의 새해 소망은 '송박영신'
천만 촛불의 새해 소망은 '송박영신'
  • 박영훈·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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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날 집회도 축제처럼 장식… 누적 1천만명 돌파
집회 후 보신각 타종행사 동참… 보수단체는 '송화영태' 맞불
▲ 2016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린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 1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행진를 마친 후 모여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어김없이 촛불집회가 열렸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 불거진 후 10주째인 이날 촛불집회 누적 인원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 촛불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기온이 영상권에 턱걸이한 추운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오후 10시30분 기준 연인원(누적인원) 100만명이 광화문 광장 등 세종로 일대를 메웠다. 경찰은 오후 9시45분께 일시점 최다 운집인원을 약 6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또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해 연인원 110만4000명이, 경찰은 일시점 최다인원 기준으로 8만3000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지난 10월29일 3만명으로 시작된 촛불이 오늘 10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110만4000명으로 확대되며 누적 연인원 1000만명이 됐다"면서 "단일의제로 1000만 집결한 집회는 역사상 첫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오후 5시30분 시민자유발언대로 시작됐다. 자영업자, 노동자, 대학생, 중고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송박영신이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질 소망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집회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촛불 시민혁명이라는 위대한 경험을 한 세대"라며 "1987년 세대가 평생 87년 세대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듯 여러분은 2016년 세대라는 자부심을 품고 살라"고 당부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2016년을 마감하는 자리에 서니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며 "기득권 계층의 추한 민낯이 드러났을 때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했지만, 위대한 국민은 절망의 순간을 새로운 희망의 순간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 열린 본집회에서는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사퇴,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등을 외쳤다.

오후 8시부터는 '송박영신 콘서트'가 이어졌다. 무대엔 "친박단체는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자격이 없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나를 섭외하라"고 발언해 화제가 된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공연을 했다.

신 씨는 '아름다운 강산'의 원작자 신중현씨의 아들이다. 밴드 들국화 출신 가수 전인권씨도 합류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규탄 발언도 진행됐다.

문화제 이후에는 이전 집회에서처럼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앞 100미터까지 접근하는 가두행진이 이어졌다.

퇴진행동은 효자치안센터, 126맨션 앞 등 청와대·총리공관·헌법재판소(헌재) 인근과 함께 지난 24일 9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의 선제 집회신고로 행진이 불허된 안국역 4번 출구 앞 행진 코스도 신청했다.

박 대통령 체포와 공범자 처벌,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 헌재의 신속한 탄핵심판을 촉구하는 함성은 거리를 가득 메웠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으로 집결해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합류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보신각 인근으로 몰려 구호를 외치자 마치 광화문광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세월호 유족들은 촛불 행렬이 청운동사무소에서 보신각으로 향하는 길목인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 카레 덮밥 4160그릇을 나누며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 병신년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도 촛불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차 탄핵반대 송화영태(送火迎太)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송화영태란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주최 측은 올해 마지막 날에 열리는 집회인 만큼 지역 회원들이 대거 상경해 약 14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오후 5시 기준 8만8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만5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억지 탄핵 원천무효', '속지마라 거짓선동' 등의 피켓을 들고 "탄핵무효 국회해산"을 외쳤다.

이들은 언론과 종북좌파 세력의 선동으로 지금의 탄핵 사태가 빚어졌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애초에 탄핵소추 근거가 희박해 헌재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프라자호텔→소공로→한국은행→남대문 로터리를 지나 중앙일보사 앞까지 행진하고서 '최순실 게이트'를 연 태블릿 PC 출처를 명확히 하라며 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 JTBC를 상대로 한동안 시위를 벌였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태극기 물결이 훨씬 거대하게 물결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며 "다같이 힘을 내서 탄핵이 기각되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제까지 국민들은 언론에 속았다"며 "그러나 일부 깨어있는 국민들로 인해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비하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지난 1년은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창피하고 한심한 일들이 일어난 한해로 후에 후손들이 기억할 것"이라며 "악쓰면 다 되는 떼법 세상인 대한민국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외쳤다.

한편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참가자들을 격리하는 등 안전관리를 위해 서울 도심에 경비경력 230개 부대(약 1만8400명)를 투입했다.
 

[신아일보] 박영훈·조재형 기자 yhpark@shinailbo.co.kr,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