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국회 법사위원장
[인터뷰]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국회 법사위원장
  • 이선진 기자
  • 승인 2017.01.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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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눈높이에 충족할 수 있는 결과 나오도록 최선”

▲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국회 법사위원장. (사진=이현민 기자)
“탄핵 심판, 사실관계 입증하는데 주력”
“국민 위하고 헌법가치 지킨다는 각오”
“개인에 의존하는 정치는 반드시 부패”
“’썩은 보수’도려내기 위해 창당 결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탄핵심판소추위원장은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게됐다.

소추위원은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변론하기 위해 재판부에 탄핵 사유를 입각할 각종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관련 증인 신문을 요청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탄핵 심판의 검사, 즉 ‘탄핵검사’다. 권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06년 1월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지 10년만에 다시 검사 역할을 하게 됐다.

새누리당 소속이긴 하나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권 위원장은 비주류 주축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여하며 야당과 탄핵 공조를 이어온 비박계 인사인 만큼 소추위원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측이 피소추 사실 상당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권 위원장을 비롯한 대리인들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또한 이번 대통령의 탄핵은 결국 원내 제1당이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분열을 불러왔다. 헌정사상 최초로 보수당은 분열하는 등 정치권의 혼란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권성동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탄핵심판 계획과 향후 보수신당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소추위원단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Q- ‘탄핵 정국’에 탄핵소추위원장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감은?

박근혜 대통령 탄생에 앞장섰던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심판에 앞장서고 있는 것에 정말 곤혹스럽다.

그렇지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국회법이 정한 탄핵소추위원이 됐다. 또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정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이고 헌법과 국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탄핵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명령인 만큼 국민들의 눈높이에 충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국민’을 위하고 ‘헌법’을 지킨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

Q- 헌재 탄핵 심리가 본격화됐다. ‘탄핵 검사’로 제기할 쟁점 사항은?

기본적으로 이번 탄핵심판과 관련해서 탄핵소추의 이유는 물론 중요한 증거는 모두 검찰의 수사결과다. 검찰에서 제기한 검사공소가 사실로 입증되면 직무수행에서의 중대한 위헌·위법까지 입증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및 변호인단에서는 증거조사 및 증인신문을 검찰의 공소사실에 집중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 헌재의 탄핵소추 심판은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22일 탄핵심판 첫 재판을 열어 소추 사유를 △비선 조직에 따른 국민주권 위배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범죄 등 5개 쟁점으로 재정리했는데 이는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세월호 7시간’부분에 대해서 청구인측, 즉 국회에서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헌재에서 석명권을 행사해 피청구인측으로 입증책임을 전환시켰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제1회 준비절차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가운데)과 이춘석(오른쪽), 김관영 의원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Q- 국민 눈높이에 충족할 수 있는 결과를 자신했는데, 헌재의 탄핵안 인용 결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

탄핵결정의 인용여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제가 여당출신 탄핵소추위원이라는 점, 그리고 재판관 9명 가운데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6명이 보수 성향인 점 때문에 탄핵안 인용이 쉽지 않을 거란 부정적 전망을 하는 언론도 있다. 하지만 그건 기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먼저 저는 여당출신이기 전에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국회의원 234명이 찬성한 탄핵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헌재에 그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헌재 재판관들 역시 30년 이상 법을 다루며 옳고 그름을 판단한 분들으로 헌재 재판관들도 국민 속의 재판관이지 결코 동떨어져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에 부응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과 책임을 다 하겠다.

Q- 새누리당 탈당을 결행한 이유와 앞으로 ‘보수개혁신당’ 창당 추진 방안은?

우선 박근혜 정부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한 여당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이로 인해 분당에 대해서 국민께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말씀 드린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친박 지도부에 의해 사당화된 새누리당은 더 이상 보수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보수의 환부를 도려내 ‘썩은 보수’를 도려내기 위해 창당을 결정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사실 탈당은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과연 지역구민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특히 보수가 분열되면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설 땅이 있을지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함께 탈당하는 의원이 35명이 새로운 보수의 메시지를 국민들께 전달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더 합류하고 추가 탈당이 이어져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 호가호위하고 당을 좌지우지했던 친박 실세들의 당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대선 후보도 낼 수 없는 정당이 될 것이다.

이제 창당이 본격화됐다. 저희 개혁보수신당은 보수의 중요한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추구할 것이다. 국가안보와 법치 확립이란 전통의 가치는 유지하되, 경제 부분에서는 좀더 중도로 좌클릭해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정쟁대신 민생으로 들어가서 국민들과 호흡하겠다.

▲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오른쪽)을 비롯한 소추위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제2회 준비절차기일에서 시작에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Q- 대선이 조기에 실시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계 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직 탄핵심판이 내려지기 전이지만, 벌써 대선후보들은 활동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대선국면에서 후보를 중심으로 합종현횡이 가능한 만큼 정계 개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저희 당인 개혁보수신당이 창당을 선언한 만큼 정계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24일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3당 체제가 4당 체제로 재편하게됐다.

새누리당의 분당, 보수의 분열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 친박계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친박당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오래 전에 이미 사당화돼 국민 신뢰를 잃었다. 대선정국에서는 대선후보도 내지 못하고 양식있는 중립지대의 국회의원들이 탈당할 것이어서 존립마저 낙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Q-‘보수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누가 돼야하는지?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보수개혁신당에서도 특정후보에 대해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민께서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바랐던 바는 인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일 것이다. 또한 몇몇 인사가 독점하고 전횡을 일삼는 패권주의를 배격하길 원하고 있다. 이는 개인에게 의존하는 정치는 반드시 부패하고 전체 국가시스템을 망치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께서는 친박패권주의·친문대세주의가 지배하는 정치권 후보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저희 당에는 공정한 룰에 의한 대선후보를 선출할 것이다. 또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비롯해 희망 섞인 바람이지만, 반기문 총장께서 보수신당과 함께 할 경우 치열한 공약과 검증을 통해 제대로 된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는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보를 책임질 강력한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시민 촛불 집회에 대한 생각은?

저는 촛불집회를 보면서 그리고 2017년 정유년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는 정치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평화적 촛불집회가 이러한 역사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개헌 등 정치개혁을 통해 인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국가운영을 해 최순실 사태로 낙심해 있는 수많은 국민들께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Q. 정유년(丁酉年) 새해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 한해는 정말 영화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볼 때 이러한 추세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더디어 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1988년 헌법재판소 출범이후 30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두 번이나 탄핵소추 의결이 있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촉발된 문제 때문에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

그래도 저는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수준높은 국민의식과 집회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혼란한 세상·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삶을 대하는 태도와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책임과 희생, 그리고 공동체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대담: 박태건 정치부장 겸 부국장
정리: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