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정부의 쌈짓돈 아니다
[사설] 국민연금, 정부의 쌈짓돈 아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12.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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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2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 체포했다. 삼성의 뇌물 혐의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문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삼성의 합병 과정에 외압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안종범 전 수석의 다이어리를 통해 대통령이 “합병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한 진술과 물증들을 보면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국민연금을 정권과 재벌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이라 사회적 파장이 크다. ‘국민연금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삼성 측이 최순실 일가 측에 제공한 자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하는 안을 거대 주주 권한을 가진 국민연금이 승인한 대가라는 것으로, 시정잡배 수준의 행위에 분통이 터진다.

이번일로 기금의 손실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찬성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540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기금의 주먹구구식 운용에 대해서 여러차례 지적을 받아 왔다.

기금운용위원회 운영도 문제다. 회의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비공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회의도 정부와 연금공단이 제시한 안건을 모두 의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 입김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다. 거대 기금을 운영하면서 이런 허술한 제도에 말문이 막힌다.

정권의 의지에 따라 국민연금을 악용한 결과가 이번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위원회에서 결정된 중요한 사안은 즉시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도 모색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국민연금 제도는 노령에 달했거나 불구·사망 등의 예기하지 않은 위험발생으로 인해 소득이 상실되거나 중단된 때를 대비해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핵심은 노후보장으로 국민의 미래 자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방만하게 운영해 손실을 보게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 공정성과 투명성 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을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공적 연금의 근간이고 복지 제도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신뢰성에 커다란 흠집이 나면서 국민의 불신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검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순실과 삼성의 뇌물수수 유착 관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허술한 기금 운영 제도로는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자칫 기금이 고갈될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국민이 참여하는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등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