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돌이표에 빠진 AI 대응, 피해는 국민 몫
[기자수첩] 도돌이표에 빠진 AI 대응, 피해는 국민 몫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12.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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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기에 별 수 있나요. 올해는 종무식이고 뭐고 다 생략될 것 같아요”

한 지자체 공무원이 최근 매년 열던 연말 축제 취소를 알려오며 내뱉은 말이다.

해당 지역은 해마다 한해 마무리와 함께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지역 유일의 반짝 특수인 해돋이 행사까지 취소해야 한다니, 분명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각 지자체들의 연말연시 해넘이·해맞이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다.

지자체들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데에는 AI 파급 피해의 심각성이 작용했다. 지난달 전남에서 시작된 AI는 현재 사실상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 농장으로 확산했다.

이번 AI 사태의 경우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한 지적이 크다. 방역당국과 지자체에만 방역을 의존하는 일부 농가의 방역인식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불협화음을 내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AI뿐만이 아니라 메르스 사태, 경주 지진 등 위기상황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해 국가컨트롤타워가 약화됐다고 한들 매사에 이런 식의 시행착오가 되풀이된다면 순식간에 발생하는 긴급상황 때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네 탓, 내 탓을 그만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

또한 질병과 방역 전문가가 부재한 컨트롤타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 하루 빨리 AI를 종식시켜야 한다.

부디 내년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족과 함께 마음 편히 해돋이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