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칭 '대출전환' 피싱… 고객·금융사 속앓이
저축은행 사칭 '대출전환' 피싱… 고객·금융사 속앓이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2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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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으로 변경해주겠다"며 수수료 등 송금 유도
▲ 연말연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지 제공=아이클릭아트)

"K씨 안녕하세요. oo저축은행인데요, 현재 800만원 대출이 진행 중이신데 저금리 '햇살론'으로 전환하실 생각 없나요?"

직장인 K씨(29)는 자신의 이름으로 800만원 대출이 있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oo저축은행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고, 자신의 이름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K씨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은 것 아닌지 걱정이 됐고, 황급히 oo저축은행에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oo저축은행측은 이같은 전화가 '보이스 피싱'이라며 자신들도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연말연시 자금 수요를 겨냥해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중에게 친숙한 은행과 저축은행의 이름을 동일하게 사용하는 수법을 이용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법 대부업체나 금융사기범들이 은행과 저축은행의 이름으로 고객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유사한 이름을 사용했던 이전 사례들보다 수법이 더 치밀해진 셈이다.  

실제,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고 은행과 저축은행에 자신의 대출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전화로 햇살론 등 정부지원자금을 대출 받으라고 권유할 수는 없다"며 "은행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 사례가 늘고있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는 있지만,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1~11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1179억원에 달하며, 월평균 피해액은 지난해 87억원에서 올해 107억원으로 22.9% 증가했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햇살론 등 저금리 정부지원 대출상품으로 대출을 해주겠다면서 계좌로 보증료·수수료 명목의 송금을 유도하는 신종 수법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실제 존재하는 금융사의 명칭을 동일하게 보이스 피싱에 사용한 경우, 사용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금융사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한 보이스 피싱의 경우에는 고객이 실제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려웠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은행이 아닌자가 은행 명칭을 사용할 수는 없다"며 "형벌로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민사상으로는 사적재산 침해로 해당 은행이 고발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