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넘는 매물에도 보험사 M&A 시장 '잠잠'
70조원 넘는 매물에도 보험사 M&A 시장 '잠잠'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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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재매각 보류…불확실한 업계 전망이 원인

올해 70조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졌던 생명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이 결국 특별한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마감한 KDB생명의 본입찰이 무산된 이후 재매각 작업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에도 가격 차이로 두 차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는 기약 없이 늦춰지게 됐다.

KDB생명의 매각이 보류되면서, 올해를 뜨겁게 달군 생명보험업계의 M&A 시장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올해 생보업계에서는 자산 기준으로 70조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 씁쓸함을 남긴 사례가 더 많았다.

9월말 현재 총자산 16조8000억원에 이르는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에 고작 300만달러(약 36억원)의 헐값에 매각돼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안방보험 측에 인수합병 이전 자본확충을 약속, 11월 5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사실상 '돈을 주고 회사를 판' 셈이 됐다.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은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불투명한 전망을 확인시켜준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금융위원회는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8일 정례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으로, 심사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자산규모 31조7000억원의 업계 5위 생보사 ING생명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 방식으로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탈, 중국계 태평생명·푸싱그룹·안방보험 등과 매각 가격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주요 매수 후보자인 중국계 자본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폭풍으로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매각 작업이 지연됐다.

결국 MBK파트너스는 상장을 통해 새로운 주주를 찾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 내년 2분기 유가증권 시장에 ING생명을 상장하기로 했다.

ING생명의 매각이 난항을 겪은 직접적인 원인은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간 갈등이었지만, 넓은 배경을 살피자면 역시 생명보험 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아 적극적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업계에는 오는 2021년부터 부채를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될 예정이라, 많은 보험사의 부채가 증가해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