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민연금 압수수색·정유라 체포영장'으로 수사 포문
특검, '국민연금 압수수색·정유라 체포영장'으로 수사 포문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6.12.21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정조준… 정유라 '업무방해' 등 혐의

▲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를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다. 첫 포문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10여곳의 압수수색과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신병확보로 시작됐다.

특검팀은 2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서 현판식을 마친 후 본격적인 수사 활동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우선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대가로 최씨 측을 특혜 지원한 것이 아닌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21일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압수수색한 곳이지만 충분히 검토한 끝에 보충적인 차원에서 추가 압수수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에게 승마 구입비 등 명목으로 220억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해, 기업 중 가장 많은 후원을 했다.

삼성은 외국계 해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외국계 해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물산 지분 10%를 보유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합병 승인 절차가 규정에 맞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의혹을 키웠다.

이에 특검팀은 삼성이 이러한 지원을 한 것이 두 기업 합병과정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합병 찬성 결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도 불거졌다.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관련자 증언도 나온 바 있다.

▲ 정씨가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특검팀은 외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 딸 정유라씨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하는 등 정씨를 국내로 불러들여 조사하기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 특검보는 정씨의 혐의에 대해 일단 '업무방해' 등이라고 밝혔다.

다만 혐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피의사실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추후 확인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화여대 입학 및 재학 당시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육부는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에 대해 수사의뢰한 바 있다.

아울러 특검팀은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최태민씨를 비롯한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첩보도 수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으로 짧게는 70일, 길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승인 아래 100일간 박 대통령과 최순실(60·구속기소)씨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한다.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 된 셈이다.

핵심 수사 대상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박 대통령의 뇌물죄 △최씨와 그 측근들의 국정농단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주사제 대리 처방 등이다.

이 중 박 대통령의 뇌물죄 규명은 이번 특검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