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벌총수 놀이터로 전락한 면세점
[데스크 칼럼] 재벌총수 놀이터로 전락한 면세점
  • 신아일보
  • 승인 2016.12.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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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

 
“면세점 시장, 그게 얼마나 된다고… 솔직히 우린 신경도 안써요.”

지난 6월 면세점 입찰설이 나돌던 국내 주요 백화점 K임원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국내 전체 유통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얼마 날지도 모르는 면세점시장에 대한 진출 의향이 없다는 뜻이었다.

K임원의 말이 맞기도 한 것이 실제 지난해 ‘특허권 대전’에서 승리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들이 대부분 적자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한화) , SM면세점(하나투어),두타면세점(두산) 등의 면세점은 하나같이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한중 관계 경색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신규 면세점들의 개장으로 향후 영업손실 만회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면세점 시장은 그야말로 겉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지만, 면세점 입찰에 관심 없어 보이던 K임원이 소속된 백화점은 전력을 다해 면세점에 입찰했고 결국 특허권 획득에 성공했다.

10원이라도 손해 볼 장사는 안 하는 유통전문가들이 적지않은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면세점 영업권에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확히 딱 떨어지는 근거는 없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재벌총수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유력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면세점 브랜드 입점건이나 그 외 면세사업 관련 중요 결정은 그분(재벌총수)이 직접 다 챙기고 있어서 전 직원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3차 면세점 대전에서 낙점을 받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도 이른바 메가톤급 공약을 내걸며 그룹전체의 전사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관광 인프라확대, 중소 협력업체 지원, 고용창출 등 2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센트럴시티 인근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드는데 5년간 35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면세점도 5년간 강남지역 관광인프라 개발에 300억원, 지역문화육성 및 소외계층 지원에 200억원 등 총 5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해 7~8월 사업권을 획득한 면세점 사업자들도 대규모 투자 공약사항을 내걸며 사활을 거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K임원의 말처럼 여전히 국내 전체 유통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운 좋아야 적자를 면하고 있는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말이다.

이쯤 되면 면세점은 매출 확대 보다 재벌그룹이라면 하나쯤 계열사 사업으로 구색을 갖춰야 하는 총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 아닌가 싶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한 때 ‘황금알 낳는 거위’로 주목 받던 면세점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재벌가 사이의 사치스러운 놀이터로 전락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