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헌재 답변서 공개… "몰랐다"·"대가성 없다" 일관
朴대통령 헌재 답변서 공개… "몰랐다"·"대가성 없다" 일관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6.12.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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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정당화할 위법 없다… 최순실 국정개입 1%도 안돼"
'뇌물죄·세월호'도 정면반박…'심판 중지' 가능성 거론도
▲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가 논란 끝에 공개됐다.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 절차에 흠결이 있다며 탄핵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신속하게 내려져야 한다는 여론의 주장과 관련해 '심판절차 중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실무대리인단은 이날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이와 같은 내용의 답변서 요지를 공개했다.

답변서 요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에 불과하다"며 "그 비율도 소추기관인 국회에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은 측은 "최순실 등이 국정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다"며 "그 과정에서 최순실이 사익을 추구했다고 해도 피청구인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고,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에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이권 사업 등에 국한돼 있는 바 이는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수행한 국정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은 최순실의 이권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대통령 의사에 따라 국가 정책이 최종 결정됐고,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집행했을 뿐이므로 국민주권주의 위반이 아니다"라며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해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고, 역대 대통령도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의 이런 답변은 최 씨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뇌물죄 적용 등의 개연성도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사익추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해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향후 재판에서 인정될 경우 이에 대비한 논리인 셈이다.

기업이 재단에 출연하거나 최 씨와 관련된 업체와 각종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 측은  "정책 목표를 갖고 민·관이 함께 하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하나로 추진되는 공익사업"이라며 "기업들에 직권을 남용하거나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참모들이 과잉 대응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특검의 뇌물죄 수사에 맞서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며,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된 바 없다"며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철저하게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각종 국가 기밀이 유출됐다는 혐의에 관해서도 자신이 유출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이미 드러난 연설문 유출에 관해서는 의견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정당화했다.

최 씨 추천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고 최 씨의 사익추구에 방해가 된 고위공무원을 쫓아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법정 절차를 거쳐 임명된 공무원들이고 피청구인이 최종 인사권을 행사한 이상 일부 인사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연합뉴스
박 대통령 측은 오히려 탄핵 추진이 대통령 임기 보장 규정을 무시한 위헌적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답변서는 "탄핵소추 절차에 심각한 법적 흠결이 있고, 소추 사유는 사실이 아니며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면서 "탄핵소추안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는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단정해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했다" 덧붙였다.

특히 "최순실의 행위 책임을 피청구인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3항에 따른 연좌제 금지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연좌제 금지'를 반격 카드로 내밀었다.

이밖에도 국회 소추 절차에서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도 비판하고,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은 건 참고인으로서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의 행사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낮은 지지율과 백만 촛불 집회로 국민의 탄핵 의사가 분명해졌다는 내용 또한 대통령 임기 보장 규정을 무시한 위헌적 처사라고 명시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 논란에 관해서는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 정서에만 기대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면서 맞섰다.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유관기관 등을 통해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했다"며 "대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적합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탄핵소추안 논리대로라면 향후 모든 인명 피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당일 행동과 세월호 참사 발생 또는 피해 결과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논리는 '한쪽 당사자'이자 '피소추인'인 대통령 측의 주장인 만큼 이에 대해 소추위원 대리인단도 반박 의견을 내고 정면으로 다툴 것으로 전망돼 향후 진행될 공방과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신아일보] 이원환 기자 w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