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유 국내 상장 채권 올 들어 12조원↓
외국인 보유 국내 상장 채권 올 들어 12조원↓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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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액 90조원 밑돌아…2003년 초반 이후 처음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 규모가 약 12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들고 있는 국내 상장 채권 잔액은 지난 13일 현재 89조원으로 올 들어서만 12조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 보유 상장 채권 잔액이 9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13년 초반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2년 12월 26일 90조원을 처음 넘어선 외국인 보유 국내 상장 채권은 지난해 6월 106조원대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손 투자자인 미국계 템플턴 펀드가 원화 채권을 팔기 시작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매도에 가세해 외국인 보유 잔고가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외로 빠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달러화 강세를 우려해서다.

지난 11월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 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그동안 원화 채권을 매입했던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원화 채권을 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상황에서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차손 우려가 커지자 원화 채권을 매수하던 것에서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트럼프 당선 전날인 11월 8일 1,135원에서 이달 13일 1,169.7원으로 뛰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채권팀장은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이 트럼프 새 행정부 정책을 과하게 반영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미국이 내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린다고 해도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연준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심각한 불안을 느낄 정도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팀장은 그런 배경에서 국내 채권시장이 일단 내년 초까지 숨 고르기 국면을 보이면서 방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달러화가 안정되면 외국인의 원화채 재투자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