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한국 1300조 가계빚 이자부담 ‘비상’
[美금리인상] 한국 1300조 가계빚 이자부담 ‘비상’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2.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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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대출 800조 추정… 경기·집값 하락 겹치면 경제 ‘흔들’
당국, 가계대출 감독강화·서민금융 공급 확대·가산금리 체계 정비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금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리는 금리 인상 조치를 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단행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이 15(한국시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이날 내년 금리 인상이 3차례 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의 2차례 전망보다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줄어 연체가 발생하고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까지 떨어지면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는 현상이다.
 
즉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 가계 빚이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957531억원으로 1년 새 130조원 이상 불어났다.
 
지난 10월과 11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각각 75000억원과 88000억원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규모는 1300조원에 육박한다.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빚의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저금리 상황에서 폭증한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기에 부담으로 나타난다.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비중(올해 9월 기준)4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00800조원은 금리 변동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연간 78조원에 이른다는 말이다.
 
또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대출도 대부분 3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혼합형 금리대출이다.
 
하지만 가계가 버틸 만한 체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도 상환 능력이 있는 소득 45분위(상위 40%) 가구가 가계부채의 70%를 부담하고 있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2배 많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대출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132015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으나 올해 13%(상반기 기준)로 껑충 뛰었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빚이 많아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취약계층 다중채무자부터 집단으로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이 1140만원(2015년 기준)에서 1300만원으로 14%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내년 소비증가율을 0.6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이 겹치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집값이 하락하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자치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확산될 수 있다.
 
분양권 전매와 청약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 대책이후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부동산 시장은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이달 2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0141212일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9일까지 2주 연속 내렸고 재건축에 이어 일반아파트값도 1년 만에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는 강남 4(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달 8일 기준으로 5주 연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은 내년에도 급속히 불어난다.
 
주택가격 하락과 기업부채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면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은행권이 최대 288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하락과 기업부채 부실이 동반돼 발생하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미 금융시장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다.
 
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비상대책반을 가동했으며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질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을 위해 내년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42.5%에서 45%, 분할상환 비중을 50%에서 5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또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가계대출 리스크 점검의 대상기관을 확대하고 점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과 중금리대출 등 서민금융 공급도 확대키로 했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가산금리를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가산금리 산정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아울러 한계·취약차주와 관련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연체 차주에 대해 담보권 실행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고 연체 차주의 부담 경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가 내년도 가계대출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금감원을 통해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