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키워드는 ‘백인·군인·억만장자’
트럼프 내각 키워드는 ‘백인·군인·억만장자’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2.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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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사실상 마무리… ‘워싱턴 아웃사이더’ 안보·경제라인 장악
‘하나의 중국’ 흔들고 러시아 끌어안는 외교… ‘새 판짜기’ 의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자료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달 8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한 달여 만이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업계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15개 부처장관 중 국무·국방·재무장관 등 11개 부처장관 지명자의 인선을 마쳤다.

조만간 에너지·내무·농무·보훈장관 등 4곳도 마저 채워 내각 구성을 끝낼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수석전략가, 국가경제위원장 등 백악관 핵심 요직의 인선도 마무리됐다.

트럼프 차기 내각의 특징은 ‘워싱턴 아웃사이더’와 ‘군인·억만장자’의 득세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는 정권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기성 주도세력인 워싱턴 정가와 동떨어진 인물 위주로 발탁해 정치 혁신을 예고했다.

특히 안보 및 경제라인에 군인과 월스트리트 출신 등 공직 경험이 없는 현장 전문가가 배치됐다.

‘반(反) 오바마’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으며 2명의 여성이 조각 명단에 포함됐다.

또 장관 지명자 11명 중 9명이 백인이며 1명은 흑인, 1명은 대만계다.

백악관 고위직까지 포함하면 임명이 완료된 17명 가운데 13명이 백인이며, 히스패닉은 한 명도 없다.

국무·국방·법무·경제 등 핵심 장관 4인방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만 이뤄진 것은 조지 H.W. 부시 초대내각이 출범한 1989년 이후 처음이다.

인선의 최대 파격은 친러시아 성향 석유재벌 틸러슨의 국무장관 발탁이 꼽힌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 국토안보장관, CIA국장 등 국내외 안보라인에 강경파 군 출신을 전면 배치하는 대신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에 외교관이나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경영과 협상에 능한 기업인을 중용함으로써 미국 외교의 변화를 예고했다.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전략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러시아를 끌어안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로 국제질서의 판도를 재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미국 파워에 대한 최대 도전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정책을 뒤집었다”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공개적 갈등이 없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일부러 고조시켰다”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을 지명한 것과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미친개’ 매티스의 국방장관 지명, 켈리 전 남부사령관의 국토안보장관 지명,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인 마이클 로저스의 국가정보국(DNI) 국장 발탁 검토 등 군 출신의 중용도 눈길을 끈다.

경제·산업 분야의 수장들에 월스트리트, 골드만삭스 출신 억만장자들이 대거 포진된 것도 트럼프 내각의 특징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 재무장관과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낸 로스 상무장관, NEC위원장에 콘 골드만삭스 사장,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역시 골드만삭스 인수합병 전문가 출신인 배넌 지명자 등이 그 예다.

월가를 규제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 대신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본격화가 예고됐다는 평가다.

패스트푸드 기업 CKE레스토랑 최고경영자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과 맥마흔 WWE 소유자의 중소기업청장 지명, 암웨이 가문 며느리인 디보스의 교육장관 지명,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의 상무부 산하 제조업위원회 위원장 지명 등도 이러한 맥락이다.

세션스 법무, 카슨 주택장관,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발탁 등은 대선공신들에 대한 보은인사로 보인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