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처분에도 확산되는 AI, 대책 없나
무차별 살처분에도 확산되는 AI, 대책 없나
  • 배상익 기자
  • 승인 2016.12.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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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농가, 정부 대응방식에 불만… ‘휴업 보상제’ 제시”

▲ (자료사진=연합뉴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되면서 전국의 오리와 닭 사육 농가들이 초토화 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 0시 기준 AI로 가금류 1066만9000마리가 살처분 됐다. 여기에 378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AI 피해는 최단 기간 10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면서 역대급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심지어는 가금류 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국가적 재앙’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의 무차별 살처분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감염 가금류는 물론 멀쩡한 닭과 오리까지 묻어버리고도 AI의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AI가 확인되면 반경 500m(관리지역), 3㎞(보호지역), 10㎞(예찰지역)를 방역대로 정하고,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지역 가금류를 몽땅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방역당국의 대응 방식을 두고도 축산농가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AI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이 뻔한데도 사전 예방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농민들은 당국이 면밀한 관찰을 통해 AI 바이러스 유입을 제때 파악하고 가금류 사육 농장의 조기 출하나 입식 자제를 유도했다면 지금처럼 사육 기반이 붕괴될 정도로 피해가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에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며 AI 방역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주형 한국 동물병원 협회장은 “시·도 가축위생연구소에 AI 간이검사 기능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를 받아 확진 여부를 가리는데 2∼5일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 차단 방역이 차질을 빚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선 기관의 검사와 방역 기능을 강화해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야생조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연구소 건립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H5N6형 AI 바이러스를 최초로 확인한 것도 방역당국은 아니었다. 건국대 연구팀이 지난 10월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또 AI가 창궐한 중국에서 H5N6형이 30여 종으로 변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에서 또 다른 변이가 이뤄졌는지 등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효과적인 대응을 논의하는 것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에 축산농가 측에서는 대대적인 살처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안책으로 겨울철 가금류에 대한 ‘휴업 보상제’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휴업 보상제란 가을철에 미리 도축해 닭이나 오리 고기를 비축한 뒤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사육을 전면 중단하고, 그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산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해마다 AI 발생으로 지출되는 방역비나 살처분 보상금을 고려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현재 방역 당국이 취하는 예방적 살처분이 AI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AI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농가라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수 있어 예방적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와 안일한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바이러스 전파 경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과 축산 차량이기 때문이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까지 지급하다 보니 일부 농가들은 소독까지 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농민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아일보] 배상익 기자 news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