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윤리위원회 '친박 천하' 등극
새누리 윤리위원회 '친박 천하' 등극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6.12.1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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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위원 대거 충원에 이진곤 위원장 포함 위원 6인 사퇴
"들러리밖에 더 되나… 신임위원들,비리·성추행 전력자들"
朴대통령 징계수위 결정 늦어지고 당내 계파 갈등 격화
▲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왼쪽 두번째), 정운천 의원(왼쪽 세번째) 등 윤리위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격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연일 계파간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당 윤리위원회가 '친박(친박근혜) 천하'로 변모했다.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을 포함해 기존 윤리위원 7명 중 6명이 친박계 지도부가 친박 인사들을 윤리위원으로 충원한 데 대해 반발, 전격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윤리위원 긴급 간담회를 주재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친박 지도부가 (당 윤리위를) 장악하고, 친박 위원들이 회의에서 결정하는 걸 (위원장에게) 사회나 보라고 하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이제 우리가 여기 있어야 될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 지도부를 겨냥해 "윤리성 제고 등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의견을 통일해서 대통령을 보호하는 일에만 급급하다면 그런 윤리위원회는 들러리밖에 더 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이 위원과 사퇴한 위원들은 이진곤 윤리위원장, 정운천 의원을 비롯해 김용하 순천향대 금용보험학과 교수, 손지애 전 아리랑TV 사장, 전주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임진석 변호사 등이다.

심재철 고려대 교수는 기자회견 당시까지 강의 때문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하지만 사퇴 뜻은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위원에 박대출·이우현·곽상도·이양수 의원과 원외 인사 4명 등 모두 8명을 추가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이들 위원은 모두 주류 친박계로 분류돼 비박계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의 출당 작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박 대통령 징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이정현 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을 직접 만나고,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통화했지만 친박계 인사들이 위원으로 추가 임명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8명 전원을 하지 말고 2명 정도 여유를 두라고 조언했는데, 우리가 회의하는 시간에 자기들은 최고위를 열어 8명을 추가한 것"이라며, "속된말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이제 앞으로 정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부위원장인 정운천 의원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위원으로 뽑힌 사람들을 보면 벌금 80만원, 비리행위, 직무정지 해임, 여기자 성추행 이런 것이 언론에 나온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 징계 여부와 관련해서는 기존 위원들의 경우 대다수가 탈당을 권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제명이 아니라 탈당 권고를 한다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재심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면서 "그렇게 마음을 썼는데 돌아오는 것은 이렇게, 우리가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위원장을 비롯한 기존 윤리위원들이 일괄 사퇴함에 따라 오는 20일로 예정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된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 결정은 당장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비박계에서는 이번 최고위 결정에 대해 "자기 당의 기구를 지도부가 점령하려는 해괴한 시도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만큼 양 계파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친박으로만 채워진 윤리위가 박 대통령 징계 무력화 및 김무성·유승민 의원 출당안을 원하는 대로 강행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아일보] 이원환 기자 w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