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구마 한 트럭 선물한 ‘최순실 청문회’
[데스크 칼럼] 고구마 한 트럭 선물한 ‘최순실 청문회’
  • 신아일보
  • 승인 2016.1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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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편집국 팀장

 
떡진 머리, 부르튼 입술, 완전한 민낯, 투박한 검정 패딩점퍼를 끌어 올려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청문회장으로 입장하더니 손을 파르르 떨며 증인선서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았다.

‘공주중의 공주’ 장시호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멈추게 하고, 경제를 멈추게 하고, 외교와 안보, 국방은 물론 국민들의 생활까지 올스톱 시킨 대단한 집안의 여식치고는 행색이 초라하다. 아, 물론 거처가 집이 아닌 관계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2차 최순실 청문회가 열린 7일, 원래대로라면 최순실, 최순득, 우병우, 안봉근 등 대한민국을 분노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야 했다.

그러나 핵심 증인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은 채 반쪽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애초에 건강문제를 핑계로 장시호 역시 불참을 통보했으나 국회동행명령에 오후 늦게 참석했다.

청문회에 임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나고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만 아니면 돼’ 식의 마인드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어야 하는 국민들은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고구마 한 박스를 물없이 먹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안민석 의원의 “나 밉죠·”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는 장시호, 대통령과 최순실이 동급이라고 생각했다는 차은택,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하던 김기춘이 박영선 의원이 들이 민 증거 앞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는 모습이라던가, “이규혁에게 김종 보다 높은 사람을 안다고 말한 적 있냐”는 질문에 “네. 그건 바로 최순실씨”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개그’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다 ‘평민’ 신분 최순실이 더 높다는 장시호의 생각이 틀린 걸까, 그렇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방조 또는 방관한 대통령의 행동이 틀린 걸까.

이 와중에 고영태나 여명숙은 소신발언으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14시간 넘게 이어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에서 큰 수확은 없었다. 대한민국을 멈추게 하고,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한 ‘주범’ 최순실은 끝내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았고 ‘공범’들은 위증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국조특위는 19일 열리는 청문회에 최순실과 우병우를 다시 부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날의 부름에 그들은 응답해야 할 것이다. 그 자리에 서서 제 입으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것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