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김기춘 "최순실 이름은 들어봤다"
말 바꾼 김기춘 "최순실 이름은 들어봤다"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6.12.0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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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모른다고 했다가 6시간 만에 "착각했다"
"최씨와 접촉 없었다" 강조… 최씨는 청문회 불출석
국조특위, 16일 靑 경호실 등 조사… 미용사 참석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날(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말 바꾸기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했다가 '정윤회 문건'에 최씨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서야 "착각했다"고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청문회 개회 후 12시간이 지나도록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해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전혀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는 "저도 답답하다. 그러나 최순실씨를 제가 안다면 만남은 물론 없지만, 뭔가 한 번 통화, 통신이라도 있지 않겠나. 정말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근무 당시에도 "큰 영애(박 대통령)와의 여러가지 관계, 최태민의 비위 등을 조사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그 소문을 들었지만 따님(최순실 씨)과의 관계도 있다는 건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직접 '정윤회 문건'을 공개하고 나서자 상황은 뒤바꼈다. 해당 문건 첫째장부터 최씨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박 의원이 "정윤회 문건 첫 문장에 등장하는 것이 최순실이다. 김 전 비서실장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를 봐라"고 추궁하자 김 전 비서질장은 "착각을 했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특히 박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 앞에서 2004년 한나라당 법률자문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직접 틀었다.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이용자들의 제보를 통해 박 의원에 전달된 이 영상에는 김 전 비서실장이 "최태민 목사의 자녀인 최순실을 조사했고, 특히 최순실의 재산 취득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담겼다.

박 의원은 이를 보며 "김기춘 당시 법률자문위원장 앞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다. 그런데 최순실씨를 몰랐다? 앞 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죄송하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면서 "이제 최씨의 이름을 못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 최씨와 접촉은 없었다"라고 했다.

이외에도 박 의원은 2004년 김 전 실장이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의원회관에서 최씨의 남편인 정윤회씨를 만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최씨, 정씨 등과 접촉한 일이 없다는 입장은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를 모른다는 것은 아는 사이, 즉 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에게도 물어보라"며 "최근에 최씨의 이름을 알았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오늘 자료를 보니 오래 전에 최씨의 이름은 알았지만 정말 최씨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윤회 문건'의 작성경위에 대해서도 "조 의원이 공직기강비서관이었는데 먼저 그런 문건을 가져왔다. 거기 보면 김기춘을 몰아낸다든지 거취에 대한 얘기가 있어 제가 묵살했다"며 "알아보라고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선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셨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에 90분을 썼다는 보도에 대해선"“잘 모른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의 직인이 찍힌 미용사 정송주씨의 근로계약서가 공개됐을 때에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면서 "명의만 제 것이며 위임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이번 사태 핵심인물인 최순실씨는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증인들 태반이 제대로 된 답변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동행명령장 집행도 실패하자 청문회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다만 14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3차 청문회부터는 정윤회씨, 참사 당일 청와대에 출입한 간호장교 등 핵심인물들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또 국조 특위는 오는 16일 청와대 경호실과 박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이 제기된 차움병원 및 김영재 의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던 국조 특위가 국정농단의 실체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이원환 기자 w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