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가성, 그게 다가 아니다
[기자수첩] 대가성, 그게 다가 아니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6.12.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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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은 하나같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을 낸 것에 대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일관했다.

사전에 법무팀 자문을 얻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충분히 숙지하고 예행연습도 수차례 가졌다고 하니 어찌 보면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청와대 압력 때문에 돈을 냈다'는 점은 총수들도 대부분 인정했다. 암묵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모금 강요를 인정한 셈이다.

사실 대기업 총수들이 한사코 대가성을 부인한 것은 특검을 앞둔 상황에서 형법 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대가성'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볼 때 대가성이 없어도 뇌물죄 적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 청탁의 유무나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행위만으로도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반대로 대기업들이 공익도 아니고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돈을 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일종의 보험성이라는 점 때문에 역시나 과거 뇌물죄로 인정됐던 사례가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공익을 위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개별 기업에 모금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순실 사태는 정치권력과 대기업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수차례 정경유착의 주범으로 몰려 위기를 맞았음에도 반면교사 삼지 않은 전경련. 그 뒤를 밟아봐야 나라가 좋게 바뀔 리는 만무하다.

부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청문회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