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디톡스의 '의도'가 '의심'되는 이유
[기자수첩] 메디톡스의 '의도'가 '의심'되는 이유
  • 손정은 기자
  • 승인 2016.12.05 10:3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 스스로 총대를 멘 정의로운 저격수일까. 경쟁상대를 흠집내고자 언론플레이를 이용하는 교활한 적일까.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 논란의 끝에서 메디톡스가 받게 될 평가는 분명 극단적일 것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장기화되고 있다. 양사의 주장은 조금씩 살이 덧붙을 뿐 핵심은 같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출처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대웅제약이 공개한 균주 발견장소도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 도용도 의심한바 있다.

반면 대웅제약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허가된 제품인데도 메디톡스가 근거 없는 균주 논란을 일으켜 마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종적으로 메디톡스는 '공개토론회'와 '대웅제약의 균주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대웅제약은 그러한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 업체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현재로선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다. 다만 이번 논란에서 메디톡스의 '의도'가 '의심'되는 정황은 몇 가지 보인다.

먼저, 보툴리눔 톡신이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이기 때문에 메디톡스의 주장대로 출처를 공개해야 한다면, 이는 대웅제약이 아닌 질병관리본부나 식약처에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보툴리눔 톡신의 관리가 허술했다면 허가 과정에서 역학조사와 같은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정부당국의 관리 책임이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웅제약으로서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허가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만약 대웅제약이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균주를 획득했다면 이는 한 기업의 도덕적 문제를 넘어 바이오강국을 표방하는 정부의 허술한 시스템을 보여주는 치명적인 예가 될 것이다.
 
또 하나, 메디톡스의 주장이 순수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데는 시기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의 미국 임상3상을 종료하고 내년 FDA 허가신청을 계획 중이다.

이럴 경우 국내 대표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인 3개사(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미국진출 준비는 메디톡스가 더 일찍 시작했지만 미국파트너사인 앨러간이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소송에 휘말리면서 속도가 지체되고 있다.

결국 미국시장 선점을 대웅제약에 뺏길 가능성이 커져 주가가 급락하는 악재가 겹치고 있다. 실제로 메디톡스의 주가는 앨러간 소송이 국내 보도된 11월 4일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메디톡스는 마치 제 발 저린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 1일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보타의 FDA 승인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비방을 했다.

'과학적·합법적'을 연일 주장하는 업체의 대표자 발언이라기엔 '비과학적·비논리적'이다. 

메디톡스가 스스로 주장하는 순수한 의도를 입증하려면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지금의 모습은 도움되지 않는다. 메디톡스가 논란을 생산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있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물으면 해결될 일이다. 메디톡스의 의도가 부디 '정의'에 가까이 있는 것이길 바란다. 

[신아일보] 손정은 기자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