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총수 국조 출석… 연말 재계 업무 '올스톱'
압수수색·총수 국조 출석… 연말 재계 업무 '올스톱'
  • 문정원·손정은 기자
  • 승인 2016.11.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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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경영계획·사장단 인사·성과급 지급 줄줄이 미뤄

▲ ⓒ연합뉴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사장단 인사 등으로 할 분주해야 할 연말 재계에도 미치고 있다.

일부 그룹사의 경우 사무실이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고, 오너 일가가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그룹의 주요한 연말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하던 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를 12월 중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고, 특별검사 가동시 압수수색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삼성뿐 아니라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일부 다른 그룹들도 인사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아예 해를 넘기는 그룹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투자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27조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했는데 이 중 3분기까지 집행된 게 14조7000억원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12조3000억원이 4분기 중 집행됐어야 하는데 검찰 수사 등으로 의사결정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지급도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성과급은 매년 2월쯤 전년도 경영 실적을 토대로 지급된다.

하지만 올해는 가뜩이나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斷種) 사태로 성과급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지급 시기도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국내외 기업 환경 악화와 최순실 게이트로 어수선한 정국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오너인 정몽구 회장의 국조 출석이 예정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연말에 하던 해외주재원 교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연말이면 약 900명에 달하는 해외주재원을 본사로 불러 글로벌 시장 상황과 판매전략 등을 공유해왔는데 올해는 현지 대응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노조는 또 한 차례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수차례 파업 끝에 어렵사리 임금 협상을 매듭지었지만 두 회사 노조가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노동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왔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총파업 참여 안건을 가결하면서 참여하게 됐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실적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란 점에서 현대차의 위기감은 더 크다.

연말로 예정됐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심사도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선정 결과를 두고 특혜와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처럼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연말 인사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이나 투자계획 수립 등을 위해 분주해야 할 시점에 기업 최고위급 의사결정의 역량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면서 정작 경영에는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정원·손정은 기자 garden_b@shinailbo.co.kr, jes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