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등 도덕교과 복습이 필요한 '철도노사'
[기자수첩] 초등 도덕교과 복습이 필요한 '철도노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1.27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구와 촛불집회에 대해 이야기 하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다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초등학교 도덕 과목 시험에는 이 같은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되곤 한다.

그리고 '①내 생각이 맞으므로 끝까지 '옳음'을 주장한다 ②친구와는 말이 안 통하므로 선생님께 누구 말이 맞는지를 가려달라고 요청한다 ③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④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새로운 친구를 찾아본다'는 식의 보기가 등장한다.

아이들은 ②번과 ③번 사이에서 고민할 가능성이 큰데, 출제 의도에 맞는 답은 ③번이다.

이 문제를 역대 최장기 파업을 맞고 있는 철도노사에게 던져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철도노사는 정답인 ③번에 가장 먼저 'X' 표시를 하고 나머지 세 개의 보기 중 답을 고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만약 아무렇지 않게 ③번을 답으로 고른다면 실천은 뒷 전에 둔 시험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철도파업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답답하다"이다. 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은 물론 철도노사 본인들도 이번 사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접근 방식을 놔두고 먼 길을 돌아가려 하니 답답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대통령이 국정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브레이크 없는 KTX처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해 온 현 정부. 그리고 그 압박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금 직원들을 압박해야 했던 코레일 경영진. 당장 국민불편과 물류대란이 있더라도 성과연봉제 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조까지 입장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노사정 모두 현재의 사태를 충분히 이해받을 만한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다행히 보다 못 한 야3당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고 노조가 이에 대한 내부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하면서 파업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간 대화와 소통이다.

파업종결은 업무 정상화를 넘어 상호간 이해와 화해까지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철도 노사가 고민해야할 문제는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소통은 뒷전에 둔채 파업과 강경대응만 고집한다면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과 사회가 감수해야할 대가가 너무 크다.

정상적인 길을 외면한 채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해선 안된다. 도덕은 아는 것 보다 실천이 중요한 과목이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