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대사에 ‘정적’ 헤일리 내정
트럼프, 유엔대사에 ‘정적’ 헤일리 내정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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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이민가정 출신… 장관급 내정자 중 첫 여성·비백인
‘남부연합기 게양 금지’로 급부상… 빈약한 외교경험 걸림돌
▲ 니키 헤일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반(反)트럼프’ 인사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차기 유엔주재 미국대사에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헤일리 주지사는 중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출신 배경과 정파를 떠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협상가로서의 역량도 입증했다”며 “세계무대에서 미국을 대표할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했다.

헤일리 주지사는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엔주재 대사로서 봉사하도록 지명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제안을 수락했다.

헤일리는 ‘공화당의 오바마’로 통하는 공화당 차세대 기수로 백인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트럼프 내각 장관급 보직에 내정된 첫 여성, 첫 비백인, 첫 50세 이하 내정자다.

인도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 하원의원을 거쳐 2011년부터 주지사를 맡고 있다.

주지사를 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실업률을 낮추는 등 경제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면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과 함께 공화당의 ‘샛별’로 분류돼 왔다.

헤일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최초의 여성·소수계 주지사고, 바비 진달에 이은 두 번째의 인도계 미국 주지사다.

그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게양하지 못하게 하는 입법을 통해 전국적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북부군(연방군)에 대적한 남부연합군이 사용한 깃발이다.

헤일리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할 때 공화당의 대응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대선 초기 헤일리와 트럼프는 대립 관계였다.

트럼프는 지난 1월 헤일리의 이민정책에 대해 ‘약하다’고 평가한 데 이어 3월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헤일리 때문에 당황하고 있다’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이에 헤일리는 트럼프에 대해 “주지사 입장에서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갖춘 대선주자”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자 헤일리는 트럼프의 당선이 “당연히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하며 입장을 전환했다.

이후 헤일리는 주요 정부부처 장관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국무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헤일리는 이날 성명에서 “이 나라의 복지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이 나라의 지위 향상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다고 대통령이 믿는다면 이는 따라야 하는 중요한 임무”라는 각오를 밝혔다.

ABC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헤일리의 외교 경험을 놓고 “무역 박람회 참석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며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빈약한 외교 경험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인선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적은 외교경험으로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 트럼프 당선인이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반면 주지사 경험이 유엔 대사로서 협상을 요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