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서면 통보 후 발효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서면 통보 후 발효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6.11.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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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 이하 군사비밀·北 핵·미사일 정보 직접 공유
야당·시민단체 강력반발… 협정무효 주장
국방부 “국민지지 얻기 위한 노력 부족 인정”

▲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국방부에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한국과 일본이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양국을 대표해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GSOMIA에 서명했다.

양측이 서명을 마치면서 협정은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를 거친 후 곧바로 발효된다.

이로써 한일 양국은 미국을 거치지 않고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비롯해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예비 1기 포함)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개 등의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일본의 정보 능력을 바탕으로 북한지역을 촬영한 위성 정보와 북한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정보수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역시 한국으로부터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을 통해 얻는 정보에 일본 정보까지 확보되면 대북 감시능력과 대북정보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첩보 수집 출처가 다양할수록 양질의 정보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의당 등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관계자들이 23일 국방부 앞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 서명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협정 체결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가 속전속결로 협정 체결을 밀어 붙였다는 비판과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더해지면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정부가 협상 재개 선언에서 체결까지 단 27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한일 양국은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국내에서 밀실 협상 논란이 일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정부는 GSOMIA 재추진을 위해서는 ‘국내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27일 만에 협상을 체결하면서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런 틈을 타 일방적으로 협상 절차를 진행해 나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등 11개 시민단체는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정 무효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다.

▲ 국방부가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을 내놓자 사진기자들이 이에 항의해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국방부 측은 협정 비공개 선언과 함께 협정 사진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협정이 밀약이지 않은 이상 비공개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재거부를 결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앞서 22일에는 GSOMIA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졸속·매국 협상이라는 맹비난과 함께 협상 강행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방부는 GSOMIA 체결 뒤 가진 브리핑에서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됐다는 지적에 대해 “나름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