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앞둔 수서고속철 '의문의 경쟁체제'
개통 앞둔 수서고속철 '의문의 경쟁체제'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1.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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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 노선 KTX와 중복, 정비는 코레일에 외주
SR 지분 41% 보유한 철도공사 '경영참여 가능'
▲ SRT.(사진=SR)

수서고속철도 개통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기간철도의 경쟁시대가 임박한 가운데, 일각에선 코레일과의 중복성을 문제로 제기했다. 운행 노선은 물론 차량정비 등 업무에 있어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실질적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철도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달 9일 (주)SR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경부·호남고속선 대도시를 오가는 수서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한다.

SR은 코레일(지분율 41%)과 사학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지분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민간과 공공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수서고속철도의 개통은 단순히 수서-평택 구간 건설공사가 완료된 것을 넘어 정책적·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교통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철도역사 117년 최초로 간선철도 경쟁체제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운영이 기존 철도공사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가격·서비스경쟁이 시작된다"며 "상호간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겠다는 노력의 과정에서 철도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말하는 철도경쟁체제를 통한 발전이란 것에 의문을 나타냈다. SR이 운영하는 노선 자체가 기존 코레일이 가진 알짜노선을 나눠 갖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레일은 KTX외 대부분의 노선에서 적자문제 해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서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코레일이 추산한 매출 감소액은 연간 4000억원에 이른다.

또 수서고속철도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노선은 수서에서 평택까지 일부 구간에 불과하며, 그 밖의 노선은 KTX와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심지어 철도역사까지도 함께 사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중복성에 대한 우려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SR이 철도운영에 필요한 기반 업무의 상당부분은 코레일에 외주를 주고 있다는 점도 경쟁체제에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KTX보다)승차감과 속도를 향상시켰다거나 안전성을 높였다거나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차량과 시설정비는 오히려 코레일에 역으로 외주를 주는 형태라서 제대로된 경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완전한 민간사업자 형태로 추진되던 수서고속철도 사업자가 반대 여론에 밀려 공공성을 띤 SR로 탄생되긴 했지만, 향후 얼마든지 매각을 통한 순수 민간화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수서고속철도를 민간에 주려 하다가 반대가 심하자 현 정부 들어 지금의 상태까지 왔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회사가 설립됐으니 민간에 팔아넘기면 끝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들과 관련해 국토부는 SR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과 반대여론 사이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라며, 건전한 경쟁이 가능토록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공사가 SR의 지분을 41% 가지고 있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국토부 차원에서 독려할 것"이라며 "요금의 경우 철도사업법에서 정해놓은 상한선 내에서 코레일과 SR이 경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철도 이용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