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크릿' 의식했나… 靑 홈피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대통령의 시크릿' 의식했나… 靑 홈피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6.11.20 0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일 누리집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시간대별 업무내용 상세설명
"세월호 비극은 '언론 오보' 때문… 길라임은 병원서 만든 가명"

▲ 19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코너가 크게 배치돼 있다.ⓒ청와대 홈피이지
청와대가 언론의 최순실씨 관련 의혹 보도 중 일부를 적극 반박하는 코너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설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오보와 괴담으로 혼란이 가중돼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하고 통일대박론이 최순실의 아이디어였다는 의혹부터 청와대 경호실의 최순실 집 경호 의혹, 박 대통령의 길라임 가명 진료 의혹 등 총 9가지의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특히 이 중 10번째로 올라온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집무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서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 및 경내에서 당일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 이는 이미 2014년 국회 운영위,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밝혔던 것이며 야당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월호 사고 원인을 대통령의 7시간으로 몰아가는 악의적인 괴담과 언론 오보로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정OO를 만났다'하더니 그다음은 '굿판을 벌였다', '프로포폴 맞으며 잠에 취했다', '성형시술을 받았다'고 의혹은 계속 바뀌며 괴담으로 떠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청와대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국가 안보시설이므로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공개하지 않으며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했던 적이 없다"면서 "더는 유언비어로 국민이 선동되고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집무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시간대별 집무내용을 그래픽으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7시간 동안 15차례에 걸쳐 국가안보실 및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사항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다.

정연국 대변인이 지난 11일 공개한 서면·유선 보고 시간에 더해 구체적인 보고 및 지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래픽은 특히 △11시1분 MBN '학생 전원 구조' 속보 △11시4분 YTN '학생 전원 구조' 속보 △12시48분 방송에선 '승객 대부분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속되는 오보라는 대목을 붉은색 글씨로 강조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는 "대통령은 계속 상황을 확인했고 안보실장이 오후 2시 50분 '190명 추가구조가 잘못된 보고' 라고 최종 확인하자 오후 3시 중대본 방문을 바로 지시했다"면서 "대통령은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 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대면 보고나 대면 지시가 전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와 같이 분초를 다투는 업무는 현장의 지휘 체계와 신속한 구조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회의 준비를 위해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경내 대면회의 대신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 보고를 받고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면서 "11시 6분 경기도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전원 무사 구조'란 내용의 문자 발송을 시작으로 11시 25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란 문자 재차 발송했다.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것과 같이 그날은 나라 전체가 오보로 혼돈이 거듭됐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청와대는 또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에서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병원을 이용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사용했다는 보도와 관련, "길라임은 병원 간호사가 만든 가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박 대통령 발언을 트집 잡아 샤머니즘 신봉자로 몰아가려는 언론과 야당 정치인들의 시도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대통령께서 브라질 순방 중 그 나라 대표작가(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문구를 인용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대포폰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앞뒤 맥락을 잘라낸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이 코너에 올렸다.

청와대가 이날 청와대가 공식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린 것은 박 대통령이 촛불 민심에도 불구하고 국정주도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앞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촬영팀이 세월호 당일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대통령의 시크릿'을 이날 오후 방송할 것으로 예고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먼저 일종의 방어선을 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