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주말 촛불집회, 최소 95만명 "박근혜 퇴진하라"
네번째 주말 촛불집회, 최소 95만명 "박근혜 퇴진하라"
  • 박영훈·조재형·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1.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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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청소년들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 70여곳서 촛불 '활활'
▲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4차 촛불집회에서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천동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에서만 60만명, 각 지역 35만명 등 전국적으로 95만명 이상이 모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오후 8시께 집계 종료를 하면서 서울 50만, 지역 30만으로 참가인원을 최종 추산했지만 30분뒤 "집회 참가자가 최고치 시점을 지나서도 계속 집결하고 있다"며 참가 인원을 정정했다.

본집회 시작시간이 지난주보다 2시간 늦었고 참가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전국적으로 최종 100만명 이상이 촛불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주최 측은 내다봤다.

경찰은 서울에 17만명이, 지역에서는 오후 7시 기준으로 7만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19일 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사이로 '#청소년'이라고 적힌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천동환 기자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서울 광화문 행사는 청소년, 여성, 법조인, 세월호 유가족, 노동자 등 각계 시민들의 시국발언,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영상 상영,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여서 고3 수험생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수능이 끝나 "이제야 마음 편하게 왔다"면서도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청소년 600여명이 모인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서는 '최순실 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싶다', '헬조선이 아닌 박근혜-최순실 헬게이트를 만들자'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학생들이 매서운 시국 비판을 이어갔다.

성남에서 온 고3 최모(18)양은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라 더 열 받는다"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했는데 정유라 관련 뉴스를 보면서 '내가 이러려고 공부하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수험생 배유진(18·대구)양은 4차 범국민행동 무대에 올라 "'학생은 공부나 하라'는 말 들을까 봐 수능을 끝내고 올라왔다"면서 "선택할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 언제까지 눈 감고 귀 막고 그 자리에 있을 건가"라며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또 다른 고3 여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대통령이 저렇게 행동하는데 책임을 져야 할 어른들이 주머니에 손 넣고 가만히 있는다면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당돌하게 외치기도 했다.

▲ 1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민중 총궐기 사전집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죄수복을 입은 국정농단 주역의 대역들을 저승사자가 끌고 가는 모습으로 현 시국을 풍자하고 있다.ⓒ조재형 기자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5만명(경찰 추산 1만3000명)이 참가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쟁취한 민주공화국의 모든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현 시국을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주요 정치인도 참가해 박 대통령 퇴진의 당위를 역설했다.

촛불 민심에 동조하는 유명 가수도 이날 광화문 행사에 출연해 시민들과 호흡을 맞추며 마치 공연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인권 밴드가 본집회에서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고 노래를 부르자 일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신나는 리듬에 '하야 하야 하야'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하야송'은 축제 같은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광화문에서 본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종로, 신문로, 새문안로 등을 지나 광화문 앞 율곡로상에있는 내자동로터리·적선동로터리·안국역로터리까지 행진했다. 율곡로는 청와대에서 1㎞가량 남쪽으로 떨어진 대로다.

주최 측은 애초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청와대와 근접한 지점을 포함한 8개 경로를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율곡로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지점까지만 행진하도록 조건 통보했다.

앞서 12일 3차 집회에서 율곡로 행진을 처음 허용한 법원은 이번에도 주최 측이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율곡로 행진은 허용했다.

다만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는 행진을 금지하고, 창성동 별관과 삼청로 쪽은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 동안만 행진하도록 조건을 뒀다. 청와대에서 불과 460m 떨어진 창성동 별관까지 행진이 허용된 것은 처음이다.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 방면으로 모이고 있다. 오후 9시30분 현재 내자동로터리에서 광화문 누각까지 6만5000명(경찰 추산)이 늘어서 경찰과 대치한 채 구호를 외치고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청와대로 향하는 또 다른 길목인 동집자각에서도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지만 비교적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비폭력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경찰도 동참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해당 길목들에 차벽을 쳐 시위대 진출을 차단하고 있다. 경찰의 차벽은 평화적 집회를 원하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꽃 스티커로 도배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민 1명이 경찰 방패를 밀어 격리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남성을 연행하지 않고 격리조치 후 석방했다.

▲ 19일 오후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4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4차 촛불집회는 서울에 집중됐던 3차와 달리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90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며 집회 폄하 발언을 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강원도에서는 춘천 원주 강릉 등 10 여개 시군에서 주최측 추산 1만2000여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처럼 강원도 내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집해 집회를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서는 7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비상시국회의가 '박근혜 퇴진 3차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 2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은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던 대통령이 또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시내 2.4㎞를 행진하면서 '박 대통령 하야',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대구에서의 이번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5일과 11일 있었던 1·2차 시국대회의 3000명, 5000명 수준을 훌쩍 넘어섰으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7000여 명)보다도 세 배 정도나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외에도 포항, 경주, 상주, 영주, 안동, 문경, 영천, 울진 등 경북지역 10여곳에서도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2000여명씩 참가한 촛불집회와 문화공연 등이 동시다발로 열렸다.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광주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 이상, 경찰 추산 1만7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단체별로 행진한 뒤 5·18 민주광장에 모여 '범국민 항쟁'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퇴진 경남운동본부'도 이날 오후 창원시청 광장에서 4차 시국회의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1만여명, 경찰은 3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 19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오후 6시 제주시에서는 야 3당 당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가족, 학생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박근혜 하야 촉구 제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제주지역 촛불집회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부산에서는 2만여명(경찰 추산 7000여명)이, 대전에서는 3만여명(경찰 추산 6000여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이날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35만명이, 경찰은 오후 7시 기준으로 7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에 202개 중대 1만6000여명을 배치한 것을 비롯, 전국 각지 촛불집회 현장에 총 253개 중대 2만여명을 투입했다.

[신아일보] 박영훈·조재형·천동환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