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가 이러려고 사업 했나” VS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데스크 칼럼] “내가 이러려고 사업 했나” VS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 신아일보
  • 승인 2016.11.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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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

 
대기업 협력업체 B산업 이성수(59) 사장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어수선 한 것은 둘째 치고 지난 30년간 이어온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고, 어떤 난관도 돌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에 그는 자괴감에 빠져있다.

이 사장은 요즘 같아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 후에 패러디되고 있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처럼 “내가 이러려고 사업 했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장은 지난 여름 원청업체의 신사업 진출 계획에 따라 무리를 해 10억원대의 시설투자를 했지만 사업이 전면 보류됐다.

원청업체의 젊은 오너가 내년에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해 대대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행동이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원청업체에 하소연도 해봤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기업 속성상 불확실성 만큼 큰 리스크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짧은 변명뿐이었다.

지난 상반기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내년엔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와 맞물려 올해보다 나을 것 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희망은 점차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된 최순실 게이트와 예상하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45대 대통령의 당선,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현실화 할 경우 우리나라에 줄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일련의 일들로 인해 대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거나 축소하려는 점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차질 없이 짜야 하는 요즘이지만 국내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깊어지면서 신규 투자계획을 백지화 하거나 사업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다.

한 언론이 국내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략기획실장(CSO)을 대상으로 현 경제 상황과 내년 경영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내년 투자 계획을 확정한’ 그룹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30개 그룹 가운데 29곳이 경영의 출발점인 투자 계획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10월 말이면 대규모 투자 계획 정도는 확정하는데, 올해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달아 협력업체인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은 커녕 기본적인 방향조차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기회복과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홍 산업부장 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