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공무원은 청탁금지법 면죄부?
국회의원·공무원은 청탁금지법 면죄부?
  • 배상익 기자
  • 승인 2016.11.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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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유권해석 논란… 직무 관련성·사교·의례 범위 모호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참고 자료를 두고 청탁금지법의 면죄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 날 새누리당 의원들이 할인 가격으로 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던 지난 11일 권익위는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100만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참고자료를 내놨다.

이번 골프 라운딩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질의응답 사례집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사례집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사이라면 1회 100만원 이하,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의 골프 접대는 허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대상임을 유의해야 한다는 게 권익위의 법 해석이다.

주말이나 휴일 기준 수도권 골프장 그린피가 20~3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직자들이 사실상 공짜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정성을 담아 건네는 커피 한 잔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에 비에 비해 공직자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탁금지법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금품 등에는 골프 비용(그린피) 할인이나 골프 접대도 포함된다.

권익위가 촛불집회 날 의원 라운딩과 관련한 참고자료나 사례집에서 밝힌 내용은 이 조항을 원론적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다.

금품 수수 규모가 1회 100만원, 한해 300만원을 초과하면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을 불문하고 제공자, 수수자 모두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반면 청탁금지법 8조 2항에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직무 관련성에 따라 일정 규모의 금품수수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국회의원이 골프 접대나 특혜성 할인을 받을 경우 소속 상임위원회가 어디냐에 따라 직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소액이라도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수수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직무 관련 여부를 떠나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은 허용된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상한선이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법정 한도 내 외부 강연료 등도 허용된다.

청탁금지법이 위반 여부, 법 조항 해석을 두고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며 확정 판결이 나와 판례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품수수 가능 여부를 가르는 직무 관련성은 중요한 처벌 기준이지만 자칫하면 비도덕적 행위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경우 분야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분이다. 하지만 직무 관련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골프 접대와 할인, 금품수수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단속 관련 부서에 있다가 떠난 공무원에게 전관예우 차원이나 후임자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골프장 측이 골프 로비를 할 여지를 줄 수 있다.

해석에 따라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관련성,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 사회상규 등 개념에 대한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신아일보] 배상익 기자 news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