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철도파업 '해 넘기나'
그들만의 철도파업 '해 넘기나'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6.11.13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쩍않는 홍순만 사장 "연말까지 간다는 각오"
최순실에 묻힌 노조 목소리…'출구전략' 없어

▲ 지난 7일 부터 사흘간 철도노사간 집중교섭이 열렸던 코레일 서울지역본부 사옥 복도에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사측의 게시물이 붙어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철도노사가 어렵게 잡은 대화의 기회를 아무런 성과없이 날려버리면서 파업이 해를 넘기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측이 문제 해결보다는 강경대응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노조 역시 최순실 사태에 밀려 사회적 관심을 얻지 못하면서 국민 불편을 뒤로 한 그들만의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대형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도파업 48일째날 현재 철도공사의 전체 열차운행률은 평시 휴일 대비 93.5%를 기록 중이다.

KTX는 100% 운행 중인 가운데 수도권 전철과 새마을·무궁화 열차는 각각 99.2%와 61.9%의 운행률을 보이고 있으며 화물열차는 81% 수준에서 가동되고 있다.

가장 최근 평일인 지난 11일 기준으로는 전체 열차운행률 81.1%에 새마을·무궁화 열차와 화물열차가 각각 61.6%와 39.7% 운행에 그쳤다.

이처럼 새마을·무궁화는 절반을 조금 넘고 화물열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운행률을 나타내며 열차 이용객들 불편과 관련 산업계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철도노사는 지난 7일 극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앉으며 국민들에게 파업종료의 기대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결국 3일 내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다 등을 돌렸다.

하루 하루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벼랑 끝에서 만난 철도노사가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이번 파업은 해를 넘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흔들림 없는 강경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노사 모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홍순만 사장이 전날 내부회의에서 '연말까지 간다는 각오로 대응을 잘해라'라는 지시를 했다"며 "집중교섭을 한다고 하는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홍 사장은 지난 국토위 국감에서 원만한 파업해결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노조가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대화가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순실 사태를 맞아 국정이 일대 혼란으로 빠져든 것도 파업장기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철도파업의 명분이 국민적 관심에서 소외된 채 노사간의 다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다른 때 같으면 어쨌든 철도가 파업을 하면 사회적 쟁점이 됐는데 (지금은) 워낙 대형 쟁점이 많다"며 "파업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사회적 쟁점이 되지 않아서 이런 것들로 인해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틀이 좁아지는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일각에선 철도파업이 이대로 계속될 경우 대형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텨왔는데 여기서 더 가게 되면 대형사고와 같은 부분의 우려가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사회적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