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세에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
시장금리 상승세에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1.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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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대출 올해 13% 증가… 경제 '뇌관'으로 지적
▲ (자료사진=연합뉴스)

미 대선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증가율이 커지고 있는 제2금융권 대출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013∼2015년 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으나 올해 증가율은 13%대(상반기 기준)로 훌쩍 뛰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 8월 현재 274조93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조5000억원 증가했다.

경기둔화가 장기화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것이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2금융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올해 1분기 26.9%로 높아졌고, 저소득층 대출자 비중도 33.6%까지 올라왔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예년을 웃도는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5000억원 늘었다. 10월 기준으로 봤을 때 증가 폭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저금리 덕에 현재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지 않지만,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등 충격이 발생하면 제2금융권 한계가구부터 집단으로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으로 고령층, 저소득층, 은퇴 가구,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지금 당장은 이자를 갚을만한 능력이 될지 몰라도 소득 대비 상환 부담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세금을 더 걷는 대신 국채 발행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나랏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얘기다.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금리 상승)하고, 재정을 많이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이는 모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어 한국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 추세를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금리와 관련해 상반된 언급을 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지만, 금리는 내리기보다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한계가구가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도 "지금부터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 약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고정금리, 분할상환 전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측면에서의 대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일자리·창업 지원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대출 장벽이 하나하나 높아지면 당장 급한 서민들은 대부업체나 사채 등 음성적 루트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런 기미가 보이면 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춰주는 서민금융 강화 대책을 뒤이어 내놓는 패턴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 문제는 소득 증가율이 낮다는 점"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을 수립할 때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부처도 함께 참여해 일자리 알선, 창업 자금지원, 창업 컨설팅 등의 고용 대책을 패키지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한계가구 가계부채라고 해서 다 부실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미시적으로 분석해 타깃이 분명하고, 선별적인 정책을 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