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대 시위’ 나흘째… 미국 전역으로 확산
‘트럼프 반대 시위’ 나흘째… 미국 전역으로 확산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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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 벌여… 일부에선 폭력 시위로 변모

▲ 12일(현지시간) LA에서 트럼프 반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돼 미국 전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간지 USA 투데이는 12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나흘째 미국 전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무브온닷오르그와 같은 진보 단체가 시위를 촉구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와 입소문을 통한 집회 전파 등으로 반 트럼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2000명이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동성애 반대자 트럼프는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의 거처이자 현재 집무실인 트럼프 타워가 위치한 맨해튼 주변 5번가를 행진했다.

트럼프의 당선을 일찌감치 예견한 ‘족집게’ 영화인으로 지금은 트럼프 반대에 앞장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날 트럼프 타워를 기습 방문해 트럼프와의 만남을 시도했으나 경호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휴일을 맞아 경찰 추산 8000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히스패닉 집단 거주지인 맥아더 공원에서 시내 쪽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트럼프를 닮은 피냐타를 내리치며 좌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피냐타는 스페인어권 사회에서 아이들이 파티 때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넘어뜨리는 장난감과 사탕이 가득 든 통이다.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에서도 가족 단위의 시민 수백 명이 시내 관광 명소인 밀레니엄 파크에서 행진하며 “증오도 두려움도 없다. 모든 이민자는 이곳에서 환영받는다”는 구호를 외쳐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자 반대 성향을 규탄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는 500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고속도로 점거를 시도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조지아 주 의사당 근처에선 불에 탄 성조기도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 LA, 보스턴, 시카고 등 대도시는 물론 콜로라도 주 덴버와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학생들도 트럼프 반대 시위에 대거 참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 사흘째인 11일까지 최소 37개 도시에서 수천 명의 인원이 반 트럼프 시위에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USA 투데이는 시위대가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선 운동 때 여성과 이민자를 향한 트럼프의 비난 발언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돼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당일(8일) 저녁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반 트럼프 시위를 벌였던 포틀랜드에서는 11일 저녁 약 4000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자정을 넘기며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시위대는 유리병, 쓰레기통, 인화 물질을 경찰에게 던지고 기물을 파손했고,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액, 고무탄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12일 오전 일찍 윌러밋 강을 가로지르는 모리슨 다리를 건너던 시위대 중 한 명이 차에서 나와 시위대를 향해 몇 발의 총을 발사해 남성 1명이 다리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지 경찰은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발표했다.

포틀랜드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사흘째 벌어진 시위로 2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비판했다가 논란이 일자 트위터에서 ‘그들의 애국심을 사랑한다’며 단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