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무속과 한국 정치
[기고칼럼] 무속과 한국 정치
  • 신아일보
  • 승인 2016.11.10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 국가 발전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이나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일부 개각을 단행했어도 야당, 시민단체, 대학생과 교수들은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리며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사퇴, 새누리당 탈당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계 국회위원들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해 국난이 가중돼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비선실세의 주인공인 최태민-최순실 부녀가 무속(巫俗, shamanism) 과 관련돼 있다고 해 무속인들은 지금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최태민이 대전 보문산 아래의 감나무 집에서 신흥종교 지도자들과 무속인들을 모아놓고 그들 앞에서 무속행위를 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육영수 여사에게 빙의(憑依, possession)돼 표정과 음성을 똑같이 재연했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그리고 최순실이 역술인 백운학의 부인과 잘 아는 사이라는 소문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연설문에도 종교적 용어가 등장하고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자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무속인 심진송이 김일성 사망일을 정확하게 예언해 유명해지는 바람에 무업이 잘 돼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역술인 백운학이 5·16군사정변의 성공과 10·26사태를 정확하게 예고해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6년 10월 28일 “최순실이라는 이름의 무속인이자 점쟁이(Shaman fortuneteller)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을 고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아직도 여러 무속인과 역술인이 정치인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선거철 출마 지역구 결정부터 보좌진 채용까지 역술인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최근에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어느 대선주자가 유력한지 알고 싶어 하는 정계·재계 인사들과 지역 유지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는 국회의원회관에서 4년 동안 사용할 의원실을 배정할 때 우선권을 가진 중진 국회의원들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어느 위치가 권력을 유지하기 좋은지 조언을 받는다.

재계 인사와 지역 유지들도 무속·역술인을 찾아 여야 중 어느 쪽에서 다음 정권을 잡을지, 유력한 실세는 누구일지 묻곤 한다.

유명 무속인과 역술인의 경우 복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명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무속이과 역술인을 찾는 이유는 정치와 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국내 정치의 결정적 순간마다 무속이 자리했던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조 단군(檀君)도 무속인들의 원조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기 위해 천제(天祭)를 올렸다.

그 후 국왕은 국사나 국무를 두고 정치적 조언을 들어가며 국가를 통치했고 국난을 당할 때는 천제를 올리고 가뭄이 심할 때는 기우제를 지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속행위가 현대의 다원적 종교사회에서 종교적 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변화 요인이 복잡다단하고 미래사회가 불투명해 어떤 미래학자도 역술인도 무속인도 미래사회를 정확하게 예단할 수가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조선 말 명성왕후가 무속인 진령군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결국 시해를 당하고 나라를 망하게 한 역사적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국민들에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가족과 인연을 끊고 단죄하는 한편 국민만 바라보며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려 지지율이 5%(충청권 3%, 전라권 0%)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잘 할지 의문이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