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휩쓸고 간 경제계
‘최순실 게이트’가 휩쓸고 간 경제계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11.07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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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 기업들도 연루되거나 피해 입어
재단 설립 출연금 두고 정경유착 의혹 일어
▲ 7일 오후 서울 논현동 미르재단 앞에서 노동당 회원들이 부정축재 최순실의 재산을 몰수해 사회로 귀속시킬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압류 스티커를 미르재단 정문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경제계도 휩쓸고 지나갔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연루되거나 피해를 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그동안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최순실씨 측과의 지원 관계에 있었거나 청와대,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아 왔다.

먼저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은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부터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과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기업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에게 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문화예술 분야 투자를 당부했다.

당시 박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20여명의 재벌 총수와 기업인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0월26일 미르재단 설립이 신청됐고 하루 만에 허가가 났다. 전경련 회원들은 재단 기여금을 입금했고 곧 486억원의 미르재단이 설립됐다.

올해 1월엔 288억원 규모의 K스포츠재단도 설립됐다. 이 역시 재단 허가가 나는데 필요한 시간은 하루였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설립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53곳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 기업들이 모두 204억원으로 가장 많은 출연금을 냈다.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 128억, SK그룹 111억, LG그룹 78억 순이다. 포스코와 롯데, GS, 한화 등의 기업들이 40억원 등 수십억원에서 수억원씩 나눠서 부담했습니다. 53개사 중 절반 가까운 23개 회사가 10억원 이상을 재단에 출연한 것이다.

적자로 법인세 비용이 없는데도 출연금을 낸 기업은 12곳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477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두 재단에 10억원의 출연금을 냈으며, 두산중공업 역시 4500억원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두 재단에 4억원을 냈다.

CJ E&M과 GS건설 역시 지난해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지만 출연금을 부담했다.

이를 두고 결국 정권과 기업이 유착해 검찰 수사나 총수 사면 같은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 그룹은 내수 판매 침체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혜택 등이 있기에 모금 동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석방 이슈, 한화 김승연 회장은 사면 문제 등이 걸려 있었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사업적인 부분과 함께 개별 기업 내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던 롯데나 총수사면 문제가 걸려있었던 SK 같은 곳은 추가적으로 출연 요구를 받았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적이 있다. 앞서 1월에 이미 미르에 28억원, K스포츠에 17억원을 출연한 이후 추가로 돈을 낸 것이다. SK그룹도 올해 2월말 K스포츠로부터 80억원을 내도록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은 재단 출연과 상관없이 직접 35억을 건 낸 것으로 확인돼 수사 중이다.

추가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들은 출연금을 이사회 결의 없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의 경우 추가지원을 결정한 시기는 검찰 수사가 진행돼 한참 전인 3월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에는 경영권 분쟁 이후 그룹이 안정을 찾고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던 시기라고 강조하며 로비의 성격은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추가지원을 요구할 당시 롯데 측은 기부액이 너무 많다며 깎으려 했었지만 최순실 최측근인 고영태가 직접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영태가 청와대의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을 중심으로 출연기업들이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과 복권 등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업들에게도 ‘제3자 뇌물교부죄’나 ‘뇌물공여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낸 돈은 특정한 대가를 원했다기보다는 일종의 ‘보험금’ 성격이여서 대가성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현재까지는 기업들이 부정한 청탁 목적으로 기부금을 냈다는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적어도 배임. 횡령혐의는 어렵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