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관문부터 한국어"…'유명무실' 외국인 금융상담
"첫관문부터 한국어"…'유명무실' 외국인 금융상담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6.1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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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통역서비스로 넘어갈 방법 알 수 없어

금감원이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와 함께 마련한 외국인 대상 금융민원 상담 서비스가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외국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로 전화하면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의 외국어상담사과 연결해 통역을 맡긴 뒤 3명이 동시 통화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캄보디아어, 파키스탄어 등 19개 언어로 통역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홍보했다.

금감원은 법무부 외국어 상담사들의 원활한 통역을 위해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역별 상담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상담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금감원 콜센터 안내가 한국어로만 이뤄졌다는 점이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민원 신청은 금감원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접수와 팩스, 서면 등으로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 뒤 "보이스피싱 신고는 0번, 금융회사 피해상담은 1번, 금융자문서비스는 7번" 등의 자동 ARS 안내가 이어진다.

금융자문서비스를 원하는 외국인이라면 7번을 누르고 연결된 금감원 상담사에게 제3자 통역서비스를 요청한 뒤, 통역 전용 회선을 연결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제3자 통역서비스로 넘어갈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이러다 보니 "금감원이 11월 1일에 시작한다던 서비스가 왜 운영되지 않느냐"는 문의를 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외국인 금융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언어 장벽' 탓인지 상담 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다.

금감원은 한국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어가 서툰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민원상담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외국인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콜센터 안내 멘트에 공용어인 영어를 추가해 외국인이 쉽게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