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11월11일 11시, 나는 추모합니다
[독자투고] 11월11일 11시, 나는 추모합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6.11.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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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보훈청 총무과 서지인

 
오래 전 전쟁의 폭격 음이 터져 나왔던 거리에는 이제 가요와 팝송이 흘러나온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총기와 수류탄을 들었던 손에는 펜과 스마트폰이, 빡빡한 군화를 신었던 발에는 하이힐이나 운동화가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총기와 군화, 그리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고막이 찢어질 뜻한 포탄소리와 함께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정각에 맞춰 부산에는 1분간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누군가에게는 할일 없이 스쳐지나가는 시간일지라도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1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 특별한 시간이다.

같은 시간 부산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등 6·25 전쟁에 참전한 세계 21개국에서 유엔기념 공원을 향해 묵념하고 전몰장병의 희생을 기리는데, 바로 '턴 투워드 부산'이다.

우리에게는 빼빼로 데이, 농업인의 날로 더 익숙한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자 영연방국가에서는 현충일, 미국에서는 제대군인의 날로 정해져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인도, 필리핀 등 유엔참전국에서는 한국시간 11시 혹은 지역별 실정에 맞추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고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턴투워드 행사’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캐나다의 빈스 커트니씨가 세계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과 추모행사를 갖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국가보훈처는 이 제안을 받아 2007년 11월 11일부터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즉 ‘부산을 향하여’라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부산을 향해여 묵념하는 국제추모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행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매년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들과 전사자의 유족들을 초청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 ‘턴투워드 부산’ 추모행사에 앞서 11월 5일 ‘2016 턴투워드부산 호국퍼레이드’와 10일 ‘유엔참전용사 롤콜(Roll-Call)행사’를 진행한다.

5일 열린 ‘호국퍼레이드’는 보훈단체와 시민단체, 육·해·공군의 군악대, 의장대를 비롯하여 초·중·고교학생, 대학생과 일반 시민 등 5000여명이 참가하여 부산시청 앞에서부터 송상현광장까지 1.5km 구간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이어 도착지인 송상현광장에서는 참전국과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 공연 및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본 행사 전야제인 ‘유엔참전용사 롤콜행사’는 유엔묘지 안장자 2,300위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로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비 앞에서 총 17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국가보훈처에서는 행사문화의 확산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이벤트 응모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턴투워드부산 캠페인에 참가하고 11월 11일 11시 모두 부산을 향하여 묵념을 하며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희생했던 장병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지면서 빼빼로 데이나 농업인의 날로 더 익숙한 11월 11일, 국민들에게 턴투워드 부산으로 더 익숙해지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

/부산지방보훈청 총무과 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