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밖 세상] 엄마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마라
[렌즈 밖 세상] 엄마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마라
  • 신아일보
  • 승인 2016.11.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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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현 기자

 
두살배기 어린아이부터 일흔 넘은 어르신까지 두 손에 쥔 촛불이 넘쳐나는 주말이었다.

미세먼지와 추운 날씨에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부터 눈물 흘리는 고3수험생까지 각각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촛불집회는 주최측 추산 20만명이 집결했다.

평화시위답게 별탈 없이 끝나나 했더니 ‘엄마부대, 여고생 폭행’이라는 가슴 덜컹한 기사가 눈에 띈다.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씨가 촛불집회 현장에서 여고생의 뺨을 피켓으로 수 차례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주씨는 이날 광화문광장 교보생명 빌딩 인근에서 ‘대한민국 지킬 것인가, 버릴 것인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 시위를 펼쳤다.

이 모습을 목격한 여고생이 사진을 찍으려하자 이를 저지하면서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현장에 취재갔던 동료 기자들에게 묻자 이 폭행을 목격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 폭행 직후 경찰들이 2차 충돌을 막기 위해 가해자인 주 씨를 둘러싸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는 후문을 들을 수 있었다.

50대 여자가 엄마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 자리에 나왔다.

이날 광화문에 모인 20만명 중에 박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나온 발걸음이 몇이나 될까?

하야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과 다른 색을 띈 약한 여고생이 주 씨의 타깃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엄마’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분노감과 상실감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된 엄마부대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보수단체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자회견과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 시위 등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께 용서를 강요하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분향소에서 막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가장 든든한, 부르기만 해도 눈물나는 ‘엄마’를 극소수 보수단체가 모든 엄마들의 대표인냥 내걸고 있는 이 상황에 많은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자신들의 행보가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직언할 마음은 없다만 부디 엄마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일은 멈춰주길 바란다. 

/백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