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K스포츠재단에 결국 70억원 기부
롯데, K스포츠재단에 결국 70억원 기부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11.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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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너무 많다” 3개월간 버텨… 고영태 압박에 결국 기부

▲ (사진=연합뉴스)
롯데가 기부액을 깎기 위해 K스포츠 재단과 3개월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7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가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오는 압박이 커지자 롯데가 버티기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의 직접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일 롯데에 따르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이석환 대외협력단 CSR(기업사회적책임)팀장(상무)은 지난 3월 최순실 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과 처음 접촉했다.

이전부터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엘리트 스포츠 육성을 위해 제안할 일이 있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결국 3월17일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 등이 직접 서울 소공동 롯데 정책본부(그룹 본사) 사무실로 찾아왔다.

정 전 사무총장 등은 대외협력 부문 책임자인 소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다. 이후 실무 차원의 협의는 이 상무가 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은 롯데 측에 “대한체육회가 소유한 하남 땅에 엘리트 스포츠, 특히 배드민턴·승마 등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기 위한 시설을 지으려한다”며 땅은 재단이 마련하는 대신 건축비용은 롯데가 부담하길 바란다며 75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였고, K스포츠재단은 75억원에서 70억원으로 제시했다.

70억 원 역시 부담스러웠던 롯데는 “절반인 35억 원을 낼 테니 (K스포츠재단이 말하는 1개 체육인재 육성 거점에) 다른 한 기업을 더 끼워 절반씩 분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겨레신문이 입수해 공개한 K스포츠재단의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내부 문서(3월28일 작성)에도 나와 있다.

문서에는 “롯데가 약 35억(건설비의 2분의 1) 지원 의사가 있으나 협의 후 알려주기로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롯데는 비용의 부담을 들어 대안을 제시했지만 K스포츠재단은 “다른 기업들도 나머지 4개 거점에 다 하나씩 지원하기로 돼 있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몇 차례 이어진 실무 접촉 장소에는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가 ‘고민우’라는 가명이 박힌 명함을 들고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이 대목이 롯데 등 대기업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최순실 씨가 자신의 심복과 같은 고영태 씨를 급파해 청와대의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3개월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신동빈 회장 등에 직접 협조를 요청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롯데케미칼 등 6개 계열사는 CSR 관계자 회의 등을 거쳐 5월 70억 원을 분담,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송금 약 열흘 만에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 원을 공식 기부 계좌를 통해 돌려줬다.

K스포츠재단이 자세한 설명 없이 ‘부지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70억 원을 반납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실제 6월10일 개시)이 임박했다는 수사정보를 미리 입수한 최순실씨 측이 수사 이후 ‘뒤탈’을 염려해 서둘러 반납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