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무서워 양주도 집에서 마신다
청탁금지법 무서워 양주도 집에서 마신다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6.11.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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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혼술·홈술 시장'… 마트 양주 매출 오름세
▲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형마트의 양주와 수입 맥주 판매량이 늘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주류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주로 룸살롱같은 유흥업소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됐던 양주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급증하며 일반 가정으로 판매되고 있다.

혼자 또는 가족과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혼자 음주)·'홈술'(집에서 음주)족이 늘어나면서 주류업계는 컵와인·미니맥주 등 소용량 술의 인기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발효 직후인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마트에서의 양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0% 증가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올해 1~9월 양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7% 역신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롯데마트에서도 그동안 하락세를 거듭하던 양주 매출은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한 달간 대표적 양주인 위스키 매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나 늘었고, 브랜디 매출도 43.9%나 껑충 뛰었다.

홈술족들이 애용하는 대표적 주종인 수입맥주의 매출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서 지난 1~9월 수입맥주 매출 신장률은 18.2%였으나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신장률이 42.6%로 급상승했다.

업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만원 이하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면서 그동안 양주를 즐겨 마시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에서 직접 양주를 구매해 집에서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들에게는 컵와인이 인기다. 컵와인은 용량이 일반 와인(750㎖)의 4분의 1 정도인 150㎖와 187㎖로 간단히 집에서 한 잔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혼술족을 위해 선보인 일반 와인 용량의 절반짜리인 375㎖ 하프 와인도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맥주도 소용량의 '미니 맥주'가 나홀로 소비시대에 사랑받는 제품으로 떠올랐다.

하이트 맥주는 기존 355㎖와 500㎖의 캔맥주에서 탈피해 250㎖의 '하이트 미니 맥주'를 판매 중이다. 용량이 작아지면서 혼자 간단히 먹기 좋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막걸리·법주도에도 소용량 열풍이 불었다. 국순당에서는 막걸리캔 240㎖짜리를 내놓았고, 경주법주도 200㎖ 용량의 원컵을 판매하고 있다.

저도주인 탄산주·과일주도 혼술족을 겨냥해 제품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는 연말로 갈수록 과거처럼 2~3차로 이어지는 송년회 대신 가족이나 친구들과 집에서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류 매출이 지속적인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