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이후 무역환경 악화될 듯
美 대선 이후 무역환경 악화될 듯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6.11.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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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트럼프, 보호주의 강화 예고
▲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왼쪽)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로 세계 무역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6일 무역·산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에서는 자유무역 기조가 지지를 얻었다. 반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 선거의 경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의 수입규제 조치 요구가 커지기 마련인데 여기에 대선이 맞물리면 선거 이전부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초기까지 이런 요구가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통신(IT) 버블 붕괴로 미국 경기가 둔화한 2000년 대선 당시에는 빌 클린턴(민주당)에서 조지 W. 부시(공화당)로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수입규제가 크게 늘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후 호황기(2007∼2007년)에 비해 수입규제가 증가했다.

현재 미국에서도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을 찾아 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조사 결과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지난해 42건으로 전년보다 23건 늘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대한 조사 개시 건수는 17건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힐러리와 트럼프 역시 수위는 다르지만 모두 유세 기간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물론 트럼프가 강도 면에서는 훨씬 세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물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지난 9월 내놓은 ‘트럼프 경제계획안: 통상·에너지·규제개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패한 협정”으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가 대거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후보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불만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양측은 더욱 공평한 협정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에게는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통상업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시 폐기대상 중의 하나다.

국무장관 시절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클린턴 후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조건부 자유무역주의로 입장을 선회했다.

협상의 어려움에 비해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퍼지면서 TPP에 대해서도 반대로 돌아섰다.

클린턴의 입장이 반영된 민주당의 정강에는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애초의 선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제는 과도한 (규제) 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그런 무역정책을 개발하며, 여러 해 전에 협상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강도와 수준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무역환경이 현재보다는 악화할 것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연구위원은 “한국은 여전히 수입규제를 활용하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국가여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우리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 대선 정국이 끝나고 내년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소 누그러진다고 하더라도 일단 수입규제 대상이 되면 최악의 경우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당분간 수입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조사가 개시되면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