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두 번째 사과… "검찰 수사 성실히 임할 것"
朴대통령 두 번째 사과… "검찰 수사 성실히 임할 것"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6.11.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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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로 68년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 첫 검찰 수사
"개인적 인연 믿고 살피지 못해…청와대 굿판 사실아냐"
靑 "박 대통령, 총리 지명자 기자회견 내용 수용한 것"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또 다시 사과를 구하고 검찰 수사에 임하며 특검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TV로 생중계 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중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이어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설명하고, 최순실 씨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최순실 씨와 관계에 대해선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면서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며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며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 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자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안종범 전 수석이 "대통령이 시켜서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을 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 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창조경제·문화융성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 만들기 위해 정성 기울여온 국정과제들 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까지도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일부의 잘못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성장 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또 여야 정치권을 향해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만큼 국정은 한시도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 한다"면서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기능 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맡겨준 책임에 공백생기지 않고록 사회각계 지도자들과 자주 소통하며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에게 어느정도 권한을 이양할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총리 지명자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을 (박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 수사 수용 입장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헌정사상 어두운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현직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없다. 방문, 서면, 소환 등 어떤 형태의 조사도 받은 전례가 없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음에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아울러 박 대통령 취임 전후의 각종 연설문과 회의자료 등이 최 씨에게 넘어갔다는 의혹을 더욱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검찰수사 수용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검찰 수사를 받아들여 혼돈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고, 각종 의혹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