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동교동계 한광옥 카드'에 野 "허수아비·퇴직자" 비난
朴대통령 '동교동계 한광옥 카드'에 野 "허수아비·퇴직자" 비난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6.11.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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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에 한때 동교동계 핵심… 국정철학 공유하면서 야권 배려
野 "말 갈아타듯 당 갈아탄 사람…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 기만"

▲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했다. 사진은 2013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국민대통합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한광옥 위원장.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인 국정 컨트롤타워 기능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3일 한광옥(74)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최순실 사태로 이원종 전임 비서실장을 포함, 참모 5명이 한꺼번에 사퇴한 이후 국정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민심 수습을 위한 단계적 조치의 하나로 분석된다.

1년4개월여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를 감안할 때 한 신임 비서실장은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임 비서실장은 김대중(DJ) 정부 시절인 1999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당시 '옷 로비 사건'으로 불거진 여야 대치 정국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그는 헌정사에서 다른 두 명의 대통령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보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4선 의원을 지내고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원장,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대통합위 초대 위원장 등 당·정·청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은 그가 비상시국을 관리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로 내각을 운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안정과 관리를 해나가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남출신인데다 한때 동교동계 핵심으로 통했던 한 비서실장의 발탁은 야권을 배려한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는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내정자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이번 '한광옥 카드'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야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농단 사태로 수렁에 빠진 국정 정상화를 도모하고 쇄신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과 어느 정도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야권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평소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대로 측근을 참모 자리에 앉힐 경우 야당과 민심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비서실장이 동교동계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벌써 4년 전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합류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야권 인사로 분류하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야권은 한 비서실장에 대해 "코스프레 인사, 허수아비 실장"이라며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렀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전격 합류한 분으로 말 갈아타듯 당을 갈아타신 분"이라며 "이런 분을 얼굴마담 비서실장으로 내세운 것은 거국내각 코스프레에 이은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은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러들이냐"며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국면전환용 인사를 단행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 비서실장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수습 행보에 민심을 전달하고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과거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박 대통령에게 수시로 대면 보고하는 채널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선이 단행됨에 따라 수석급 이상에서는 정책조정수석 한 자리만 공석으로 남게 됐다. 정 대변인은 "정책조정수석은 후임자가 정해지는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